15화-나는 간호사님 남편이다.

내딸만은 안돼

by 송필경

“딸은 간호사 안 했으면 좋겠어.”
아내가 처음 그렇게 말했을 땐,

그냥 피곤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말은

하루 이틀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아내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걸 겪었다고 했다
밤낮이 바뀐 생활,

쉴 틈 없는 병동,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

무거운 환자의 몸을 옮기다가

허리가 삐끗하기도 했고,

눈앞에서 생명이 꺼지는 순간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하루가 쌓이다 보니,

웃는 얼굴보다 지친 얼굴이 더 많아졌다.


“언니요.” “아줌마.”
그런 호칭들이 툭툭 던져질 때면, 마음이 콕 하고 아프다고 했다.
반대로 누군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면,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사라진다고.

나는 몰랐다.
그저, 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힘들어도 뿌듯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내가 말없이 아이를 안고 있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그날 따라 유난히 아내의 등이 쓸쓸해 보였다.

아내는 딸이 간호사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이 겪은 힘든 시간들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다.
그 말이 단호하지만,

결국은 사랑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어떤 길을 걷든,

그 길 위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기를.
지치지 않고, 존중받으며,

자기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면서.

아내는 오늘도 늦게 퇴근한다.
나는 아이를 안고, 문 앞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가족의 평온한 하루가,

아내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겠다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