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나는 간호사님 남편이다

국시점수 대공개

by 송필경

“국시 몇 점 맞았어?”

툭 던진 농담에 아내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열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이래 봬도 면허증 있는 여자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무심한 질문이었지만,
그 면허증 하나에 담긴 시간이 궁금해졌다.

아내는 처음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선교사가 꿈이었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고,
누군가의 곁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간호학과에 진학했고,

그 길의 끝에는 국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학교는… 거의 고등학교였지.”
아내가 대학 시절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한다.

강의와 시험,

실습으로 빽빽했던 시간표,

밥 먹듯 시험공부를 했고,
자기 전까지도

약물 이름을 중얼거리며 잠들었다고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실습은

정신병원이었다고 한다.

아내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던

남자 환자가 있었는데,
정신 연령은 아이라서

감정 표현이 매우 직접적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그 환자가 갑자기 달려와

아내를 끌어안으려 했고,
아내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환자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느낀 것은,

간호라는 일이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사람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국시를 앞둔 날,
아내는 도서관 문이 열리기 전부터

도착해 있었다고 한다.
간호학 요약집을 들고 버스를 탔고,
심전도 파형을 손으로 그려보며

주요 내용을 외웠다고 했다.

식사 시간이나 이동 중에도

틈날 때마다 책을 펼쳤다고 한다.

그런 날들이 쌓여,

면허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고,
그 모든 시간이 고스란히

그녀의 걸음에 배어 있었다.


아내는 오늘도 출근한다.
몸은 늘 피곤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내가 견뎌온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오늘도, 환자들에게 별일 없기를.”

그녀가 이 길을 계속 걷는 이유를
이제는 나도 조금은 안다.

그 사랑과 헌신이
우리 가족에게 매일처럼 작은 기적이 되니까.


그리고,
솔직히 생각보다 국시 점수가 높아서
좀 신기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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