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나는 간호사님 남편이다.

웃음 뒤에 감춰진 무게

by 송필경

퇴근 후,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내와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고른 영상 하나.
제목은 조금 자극적이었다.
“간호사들이 들으면 안 되는 도레미송.”

“가사가 진짜 주옥 같대.”
나는 호기심에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처음엔 그저 장난스러운

패러디일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그 가사가 마음 깊이 묵직하게

와 닿기 시작했다.


노래는 인수인계 상황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인수를 받는 간호사가

인계하는 간호사에게
기분 좋지 않은 말을 하는 장면을 그렸다.


그리고 그 말들이,
‘도레미송’ 멜로디에 맞춰 흘러나왔다.


도 —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레 — 레알, 내일도 이러면 인계 안 받아요
미 — 미치겠네 진짜, 말이 돼요 이게?
파 — 파악을… 그러니까 환자 파악을 제대로 한 거 맞아요?
솔 — 솔직히 선생님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죠?
라 — 라떼는 이렇게 인계하면 받아주지도 않았어요

시 — 시간 없으니까 요점만 빨리빨리 해요

그리고 다시 도,
끝없이 반복되는 분노의 선율이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런 건 그저 웃자고 만든 콘텐츠 아니던가.


그런데 옆을 보니,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말없이 화면을 응시하던 그녀는
어느새 손끝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그래?”
조심스레 물었다.

아내는 한참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속이 답답해.”

그 말 끝에 마음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왔다.

“그래도! 인수인계는!
꼭 제대로, 정확히 해야 하는 거잖아!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이런 걸 가볍게 넘기다니…”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누군가를 향한 분노라기보다는
묵묵히 일해 온 자신과

동료들을 향한 안타까움 같았다.


영상은 끝났지만,

아내의 표정은 한참 동안 그대로였다.


이 글은,
묵묵히 하루를 견디는

이들의 이야기이며,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함께 느끼고

응원하는 작은 마음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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