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
결혼식 날짜를 정하던 날,
나는 꽃이 피는 계절,
햇살 좋은 주말 오후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내는 가장 먼저
병원의 듀티표를 꺼내 들었다.
“두 시쯤 어때요?
그 시간대면
병동 선생님들이 많이 올 수 있을 거야.”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내의 삶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는
병원의 시간표가 늘 하루의 기준이었다.
연차를 쓸 때도,
가족 일정이 생겼을 때도,
아내는 언제나 듀티표를 먼저 확인한다.
“그 주는 이틀만 쉬는 걸로 조정해볼게.
선생님들 일정이랑 겹치지 않게 내야 하거든.”
그건 단순한 일정 조율이 아니었다.
아내에게 병동의 하루는
누군가와의 약속이자
책임이자 마음이었다.
갑작스러운 부고가 들려오거나,
누군가 아파 쓰러졌을 때,
자기 근무가 아님에도
병원으로 향하는 아내의 등을
나는 몇 번이나 지켜본 적이 있다.
“그 친구 오늘 야간이라
장례식장도 못 간대.
내가 대신 들어가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그 말엔 힘들다는 티도,
대단한 결심도 없었다.
그저 담담했다.
마치 당연한 일처럼,
늘 그래왔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종종 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돼?”
아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 웃으며 말하곤 한다.
“나도 힘들었을 때…
그렇게들 해줬어.”
병원이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하고,
그래서 서로의 시간을
서로의 마음으로 조용히 메워주는 거라고.
아내가 병동에서 버텨내는 힘은
그런 동료애에서 오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 무너지지 않도록
살뜰히 지켜보는 마음,
그게 아내가 말하는 ‘근무’의 또 다른 의미였다.
결혼식 날조차
자기보다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던 아내.
그녀의 하루는
늘 누군가를 위한 하루였고,
나는 그 하루의 바깥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시간을 조금씩 함께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다음 주도,
나는 그녀의 리듬에 맞춰
조용히 발을 맞춘다.
나는, 간호사 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