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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 그렇게 할 순 없는데

by 정지원

행복하자던 말을 끝내 지키지 못했던 건 내가 아니라 네 쪽이 오히려 더욱 맞았다. 이별을 말을 건네기가 두려워 차이는 쪽을 선택한 것도, 나쁜 쪽이 되기 싫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선택을 나에게 떠넘기던 너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한다.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때론 구차한 모습도 보이는 나는 아무 말 없이 너의 흔적을 뒤돌아 보곤 정리한 마음을 들쑤시길 반복했다.


어리석은 걸까 아니면 아직도 풀지 못한 것들이 남아있는 걸까 그 무엇이 됐든, 끝이 난 사이는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그 모습이 다른 이에게 겹쳐 보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좋아하지도 않던 음식을 함께 먹어줬던 것도, 소주병 뚜껑을 접어 고양이 모양을 만들었던 것도 좋았지만 좋지 않다.


역겨운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인정을 한다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때로는 아무 소식 없던 네가,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는 너의 목소리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더욱이 혼자 있으려 노력했고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많은 시간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찾아오는 이러한 감정을 토대로 글을 작성하곤 한다.


여차 말했지만, 나의 글은 나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들이기에 언제 한 번은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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