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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씩은 보고 싶어 질 때가 있어

by 정지원

사랑이라 믿었던 게 무너져 내리던 밤


우린 서로 이해되지 않는, 끝이 나지 않던 언쟁 속에서 마음만 엿보다 끝나버렸던 누군가에게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한낱 추억을 여전히 들여다본다.


사랑을 사람으로 잊으려 했던 너는, 내가 채워줄 수 없었던 부분에 결핍을 껴안고 서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언제나 나쁜 사람이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확인하려 했던 그 사소한 마음을 어찌 모를 척할 수 있을까


어르고 달래며, 힘써보았지만 결국엔 그 모습은 내가 아니었을 터인데.. 서로의 모습을 감춘 채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관계로의 형성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던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싫어했던 것들을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몰랐다던 너에게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고 같은 얘기를 계속하는 것도 지쳐버린 탓에 먼저 손을 놓아버린 건 내가 아니었지만 내가 돼버린 것 같은 착각이 일순간 들었다.


분명, 잊어버리라고 호탕하게 소릴 치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좋아하던 느끼한 음식과 함께 소주를 먹었을 터이다.


나 또한, 우연히 시간이 맞아버린 지인과 번개 같은 만남을 갖고서 서로 간 있었던 얘기를 조금 나눴다.


그게 다인데, 마음은 편치 못했다.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지나가버린 시간 속에서 허우적 되는 자신이, 그때를 돌이켜 볼수록 초라해지는 내가 너무 싫어진다.


서로가 좋아해도, 잘못한 것이 없더래도 이뤄지지 않는 관계는 분명 있다. 그건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닌 고작 그 정도의 인연이었단 것이고, 곁에 남고 싶지 않다고 소리치던 내면의 자신과의 타협이었던 것이다.


보지 않는 편이 이젠 서로에게 더 좋을 테니까


가끔은 만나 시간을 가진다 하더라도 다 의미 없고 부질없는 것이 돼버렸으니까 이제는 시간조차 아까운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가끔 그때가 그립다고 느껴지는 건 내 허공함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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