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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끝을 흩트렸던 이유

by 정지원

사랑한다는 말은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표현이 서툴다 하더라도, 표현만이 방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때로는 호구처럼 보일지라도 그게 또 사랑이라고 한다면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봐 주겠지라고 바라보던 내가 어리숙했던 걸까


어리석었던 걸까


미안하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던 너처럼, 사랑한다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던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미숙한 모습을 내비치는 게 싫어 되려 소리를 높이는 어린아이처럼 나이에 맞지 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너라면, 그것 또한 사랑이라고


설렘이 닳아 없어지라도 안정이 내게 다가온다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사람이 너였기에 불안할 때 만난 네가, 지금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 만약 나를 다시금 아프게 하더라도, 그 모습이 있었기에 서로 성장을 하고 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끔 만들어줘서 좋았다고


후회는 언제나 한 걸음 늦었던 것처럼 인정과 이해도 한 걸음 늦는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 내가


미워진다.


전화를 다시 할 수도 없는 너에게, 헤어짐의 모습은 같았을지 모르겠지만 받아들이는 자세는 서로 달라기에 그때의 담담했던 네가 가지 말라고 나를 붙잡던 너를 잡지 않았던 이유를 지금에서야 찾아본다면


모두가 말하는 이유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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