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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보살필 사람이 필요했다

by 하명환

걱정과는 다르게 자신들의 형제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된 친척들은 흔쾌히 도와주겠다 말해주었고, 그렇게 친척 어른들과 아버지에 대해 의논하던 중, 작은 고모가 요양보호사를 신청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운을 띄웠다


"시골집 근처에 노인 챙겨주고, 그런 거 하시는 분 있으시거든. 오빠가 노인이라고 할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는 필요하지 않겠어?"


게다가 작은 고모는 이 근처에서 요양보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이 자신이 잘 아는 분이니, 내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직접 처리해 주겠다고 제안하셨다.


"그런데 비용이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네..."

"너무 부담되는 금액만 아니라면 지불해야죠. 뭐."

"그래, 우리도 어느 정도 보탤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아버지의 상태라면 매일 시골집에 방문해야 할 수도 있었는데, 이 상황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친척 어른들도 도와준다고 하니, 더욱 가벼워진 마음으로 작은 고모에게 부탁드렸다.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좀 알아봐 주세요."

"알겠어."


나는 작은 고모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 뒤로 작은 고모 덕분인지 요양사는 빠르게 배치되었다.


다행히 요양사의 도움으로 급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는데, 특이사항이나 아버지에게 필요한 게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이 오니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나에게 직접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진행상황이나 특이사항 같은 것은 고모에게 전달되는 듯했고, 나는 고모에게서 전해 들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내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요양사의 보살핌을 받기 시작한 아버지의 상태는 다시 좋아지기 시작하셨다. 요양사는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방문하여 아버지를 관리해 주었고, 그 덕분에 아버지가 점점 괜찮아지는 게 겉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요양사가 약만큼은 확실히 먹이고 있다고 하니, 혼자서 생활하던 때보다 훨씬 좋아질 수밖에 없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방문할 때마다 상태가 점점 호전된 아버지는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지셨다.


그렇게 내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더 괜찮아지는 아버지를 보자, 또다시 아버지에게서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고모가 연락을 주셨다.


"센터장이 지원사업 같은 거 다양하게 알려주셨는데, 그런 거 다 받아야 하지 않겠어? 그게 다 아버지한테 도움이 되는 것들이야."


작은 고모는 요양사의 방문주기를 하루에 2번으로 한다던가, 목욕을 시켜주는 서비스, 정기 이발 등등을 추천하셨다. 그 당시의 나는 센터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었기에, 당연히 센터의 신뢰도 높았었고, 아버지 때문에 같이 고생하는 작은 고모도 저런 지원을 안 받으면 힘들다고 하니, 작은 고모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네. 그럴게요."

"근데... 이게 돈이 좀 들어갈 수도 있는데 말이야..."


작은 고모는 비용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지금 나가는 것보다 크게 차이나는 금액은 아니었기에 처리 비용을 고모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드리고 하고, 잘 부탁드린다 말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출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행히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작은 고모는 아버지의 치매 등급 신청이 통과되면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것 때문에 작은 고모는 돈을 더 요청하긴 했지만 그쪽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나보다는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돈을 보내드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다행인 건지, 아니면 불행인 건지 아쉽게도 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 작은 고모의 말에 따르면 대소변 조절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수면시간 이외에는 혼자 돌아다니면서 잘 처리하고 있었고, 보조도구 없이도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기억력이,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정상적이라는 부분 때문에 인정을 받고 있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물론, 친척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의사들은 그렇게 판단했다고 했다. 아버지는 전문의 앞에서도 자신이 이상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않고 의미도 없는 허세를 부린 것도 있었지만, 그날따라 아버지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꽤 건강하게 보인 탓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게 센터의 의견이었다면서 작은 고모는 다음을 기약하겠다 말했다.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죠. 국가가 정한 기준을 그렇게 쉽게 통과했으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고 있었을 테니까.”

“오빠 상태만 보면 무조건인데 이번이 무조건 이상한 거야, 내가 계속 센터장이랑 잘 이야기해서 등급 받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네 잘 부탁드릴게요.”


고모는 다행히 긍정적이었고, 자신도 계속 도와주겠다는 말에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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