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엄지 Aug 28. 2024

세모 인간


작은 보풀 같던 걱정이 자꾸만 커져갑니다.

예민한 보풀, 불안한 보풀, 걱정되는 보풀들이 모여서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양으로 변해갑니다.


나는 세모 같습니다.

마른 생각과 좁은 마음이 자꾸만 뾰족해집니다.

날카로운 모서리로 혹시나 다른 사람이 다칠까 봐

나를 해칠까 봐 걱정되어 동글동글 한 귀여운 동그라미가 되려고 누가 봐도 예쁜 꽃 모양이 되려고

그런 척해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냥 세모로 살아야겠습니다.

다른 모양이 되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보풀들을 더 모아서 위험한 모서리 부분에 조금 더 살을 붙여주고 다듬어서 이상하고 폭신한 모양의 세모로 살아야겠습니다.


걱정이 많은 건 마음이 여려서

생각이 많은 건 생각이 깊어서

예민한 건 섬세해서 그런 거라고 이야기해 주며

사람은 다 같은 모양일 수 없다고 인정하며

그냥 세모로 살아야겠습니다.


세모도 썩 괜찮은 멋진 모양인 거 같습니다.



이전 03화 위로의 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