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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엄지 Aug 21. 2024

집에서 집으로


백수가 되어 시간이 넉넉해졌습니다.

이참에 명절에만 내려가던 부모님 댁에 며칠 머물기 위해 짐을 챙겼습니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하였고 거실에는 상다리 부러지도록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젓가락을 들고 마중 나온 엄마

소파에서 일어나는 아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조카까지

덕분에 한여름의 설날 같은 밤을 맞이했습니다.


다 같이 둘러앉아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안부를 물으며 술잔을 주고받았습니다.

배도 마음도 가득 찬 채로 편안히 잠들었습니다.


푹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눈뜨자마자 뭐 먹고 싶냐는 엄마의 물음에 웃음이 났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물어볼 엄마의 모습이 그려져서, 다정한 마음이 전해져서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첫날의 푸짐했던 음식들은 하나둘씩 줄어들었고

어느새 흔한 반찬들만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가끔씩 오는 반가운 손님이 아닌

매 끼니를 같이 챙겨 먹는 식구처럼

편안하고 익숙하게 아주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며칠만 더 쉬다가 집에서 집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러다 문득 맛있는 저녁이 먹고 싶을 때

다시 집에서 집으로 돌아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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