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약속 없는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내 품의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고
밤새 야무지게 먹어둔 사료와 물을 가득 채워주는 것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커피와
크림 가득한 빵을 입안 가득히 한입 베어 먹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엄마와 한 시간 넘게 수다 떨며 통화하는 것
친구가 선택 장애가 심하다며 속상해할 때
“너는 신중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새 옷이
오늘 오후 도착예정이라고 문자가 오는 것
심심해서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다가
아무 기대 없이 눌러본 영화가 인생영화가 되는 것
뜨겁고 습하고 땀나는 여름이 가고
선선하게 물들어가는 내가 태어난 가을이 오는 것
그리고 매일 밤 11시
내 배 위에 누운 고양이와 함께 코 골며 잠드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서 따뜻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그 힘으로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