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주근접이 답이다.
딸아이는 허허벌판 고양시 향동에 이사온 지 3년이 되었다.
곳곳에 상가며 공원이며 나무며 꽃이며 장관을 이룬다.
이제 딸아이는 결혼하기전까지 여기에서 살면 된다.
거주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아들녀석이 수원에 취직을 했다.
1년간 원룸에서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대출을 이용하여 실거주 할 집을 매수해야 한다.
이번에는 좀 어렵다.
수원을 한번도 가본적도 없거니와 지도를 펴놓고 봐도 도대체 동서남북 구분이 안된다.
수원 인근 신도시는 이미 가격이 후덜덜 하다.
막 입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1억이다.
그렇다면 직주근접이 답이다.
회사 바로 앞에 중층 대단지 주공아파트가 있다.
지하철도 가깝고 서울가는 버스정류장도 회사앞에 있다.
단지안에 초중고도 있고 상가도 종류별로 있는 18년 정도 된 구축아파트다.
작은 평수도 있으니 돈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다.
아들녀석은 회사선배들한테 조언도 구했다고 한다.
나는 지도를 펴놓고 부동산과 논의를 하고, 아들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집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매물이 많지 않고 또한 매물이 있어서 가보면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 당시는 집값이 상승 기류를 탈려고 약간 꿈틀거릴때였다.
보통사람은 잘 몰랐을테지만, 예민한 사람은 상승할 것이라는 느낌 아닌 느낌에 매물을 거두어 들이는 상황이었다.
어찌하였거나 우리는 실제 거주할 집을 찾아야 하므로 집중적으로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드디어 15층의 21평 아파트를 찾았다.
계약서도 작성했다.
입주시기에 맞춰 보금자리론 대출도 다 맞추어 놓았다.
리모델링을 해야 했기에 업체랑 시간도 조절해 놓았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집값 상승기류가 더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어, 이거 뭐지?' 하는 느낌을 받을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거둬 들여지고, 내놓은 매물도 가격을 올려서 내놓기 시작했다.
어느날 우리에게 집을 팔기로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슨 마음이 변하여 집을 팔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계약서가 오가는 사이 우리가 계약한 집과 똑같은 집이 1500만원이 상승된 가격에 부동산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점점 매물이 없어지고 있고, 이미 계약서에 맞춰서 보금자리론이랑 리모델링 업체랑 지금 살고 있는 원룸 빼는 것이랑 다 셋팅이 되어 있는데 우리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아들이랑 매도자랑 만나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겨우 매매를 성사시켰다.
그 와중에도 하루에 몇백만원씩 집값이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아들은 입주를 했고 지금껏 편하게 잘 살고 있다.
그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벼락거지', '영끌'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이 시점에서 자가소유를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속출했다.
또한 전세사기에 눈물을 흘리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도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었다.
아찔하다.
나는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집과 나의 노후연금을 조달해주는 집, 그리고 두 아이들이 편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가진 부동산 지식의 전부다.
우리 식구들이 가진 집들이 가격면에서 상승할지 하락할지 나는 모른다.
집 가격과 상관없이 우리 부부가 살아야 하고, 나의 노후대책용 월세 세팅집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두 아이들도 각자 몸누일 곳이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만 알고 있다.
나의 지인이 나를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했다.
이유인 즉슨 젊은 사람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건 투기라고 했다.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다보니 집값이 폭등했다고 했다.
결혼할 나이도 아직 아닌 두 아이들에게 집을 사게 하는 건 누가봐도 투기를 조장한 장본인이고 반칙이라고 했다.
노후대책으로 집을 사서 월세 세팅을 하는것도 투기라고 했다.
이미 나의 가족이 각자 집을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다른 사람이 집을 살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린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경제적으로 격차가 심하게 나면 안된다고 했다.
월급 받아서 월세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고 불편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얼마나 불공평한지......
내 지인의 말을 듣고 보니, 나는 사회가 그리고 정부가 손가락질을 하는 투기꾼이고 범죄자였다.
그런데 맞는듯 하면서도 이상하다.
대출도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받았고, 부동산 거래관련 세금도 한푼도 빠짐없이 다 냈고, 재산세도 꼬박꼬박 정해진 기간안에 내고 있다.
원칙은 무엇이고 반칙은 무엇인가?
복잡해진 머리속에서도 난 내 지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노력한 자와 노력하지 않은 자와의 차이가 존재하는 자본주의가 좋고, 그의 노예가 될 지언정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공평할수는 없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