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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Nov 25. 2023

내 마음이 내 몸에게 말했다.

흔들리지 말라고.

  혼자 병원에 입원하러 가는 나를 보고 남편은 눈물을 흘렸다. 평소에 나에게 이래저래 힘들게 했던 남편이 아닌가.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본인의 마음과 눈물의 의미는 동일해야 한다"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차가운 말이었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아서 조직검사를 하러 서울로 갔다.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고, 상태를 봐서 조직검사만 할지 치료도 병행해야 할지는 상황을 봐서 결정을 해야 하니, 그리 알고 입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담당교수의 의견이었다. 두려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입원을 하고, 조직검사에 필요한 자잘한 오만가지 검사를 수시로 했다. 힘들지 않았고 금식도 견딜만했고 무엇보다 의료진들의 수고로움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병원의 작은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날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났다. 내 부모 품을 벗어나 남편과의 생활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부부싸움이라는 걸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그저 그 상황을 피했고, 그럴 수 없을 때는 고스란히 눈물로 떠안았다. 사십대로 들어서면서 내 몸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두통이 뭔지 처음 알았고 어지러움이 뭔지도 처음 느꼈다. 중요한 것은 마음도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갱년기가 요란스럽게 찾아왔다. 호르몬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꺼번에 헝클어져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흔들어 놓았다. 여기에 더하여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새벽 2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공황발작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저 소리 없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차례 했다. 혈압이 너무 많이 상승하여 입원치료를 해야 할 지경이고, 그 와중에 부정맥도 나타났다. 이제는 지방에 있는 병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딸아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으로 갔다. 순환기내과 진료를 받아서 혈압과 부정맥은 약으로 조절하기로 했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공황장애 진료를 받으면 되고, 내 마음의 상처는 나의 딸이 싸매 주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진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내 몸은 약으로 조절되고 있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공황장애의 불씨는 남아 있었고, 잦아들만하면 또다시 발작이 나타나고를 반복했다. 수시로 캄캄한 터널 안에 갇힌 느낌에 두려워해야 했고, 심장이 천 길 만 길 아래로 툭 떨어지는 경험은 두 번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기 싫었다.


  신장 조직검사 결과, 신장의 사구체 면역반응조절 장애 즉 IgA 신증이라고 했다. 신장기능이 균형을 유지 못하고 약물이나 세균 그리고 바이러스에 과하게 반응을 하여 혈뇨와 단백뇨를 보이게 한다고 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며, 잘 조절하면서 평생 안고 가야 할 병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나를 흔드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여성호르몬, 두려움의 감정, 면역체계 그리고 남편의 눈물에도 난 꿋꿋하게 한치의 흔들림이 없이 살아갈 것이다. 오직 내가 나만이 가고 싶은 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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