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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윗 Jan 30. 2024

너를 두고 떠난다

      겨울에 돌아온 우리나라는 이제 봄이 되었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골프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손에 잡히는 것이 없구나.


너희들이 골프를 계속해야 한다면 이곳에 머물러서는 우리에게 답이 없다.


매일 라운드를 돌 수가 있고 무제한으로 연습장에서 공을 칠 수가 있고 퍼팅이나 숏게임을 마음껏 하기에는 우리가 잠깐이나마 머물렀던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게 맞다.


네 언니 마리아는 골프를 위해 고등학교도 중단하고 떠났던 마다가스카르 여행이었다.

골프에 타고난 너 역시 한국에서 본격적인 연습을 하기에는 우리의 사정이 버겁다.


마침 마다가스카르의 음악학교에서 아빠를 교수로 초빙하고 싶다는 연락이 있어 우리는 가족회의 끝에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너는


     너는 좀 더 쉬어야겠다고 했다. 네 지친 몸이 회복되기에는 그간의 시간이 네게는 짧았나 보다.


그 무엇보다도 건강이 먼저이니까 너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래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골프를 다시 시작해도 되지.

또 골프를 못하면 어떠니.


하지만 아빠는 네 언니를 그냥 한국에서 연습하도록 둘 수는 없구나.

기껏 연습해야 한 두 시간 그물 쳐진 연습장에서 공을 치는 게 다고 실제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도는 것은 우리의 사정이 허락지를 않는다.


너는 엄마랑 한국에 남기로 하고 너 대신 네 오빠가 아프리카로 가기로 했다. 네 오빠 다윗은 어릴 때부터 골프를 했지만 자라면서 현실적인 선택으로 컴퓨터를 공부했고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하지만 늘 다윗의 재능을 늘 아까워하던 아빠는 더 늦기 전에 다시 골프를 해보자고 거듭거듭 다윗을 설득했다.


아빠의 거듭된 간청으로 스무두 살의 네 오빠는 그 좋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으로 항공권을 구입했다.


너를 두고 떠난다


      아빠가 없는 한국에서 네가 어떻게 지낼지, 혹시라도 때때로 너를 괴롭히는 병마가 너를 덮을때 너는 어떻게 그것을 이겨낼지 아빠는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흐른다.


아빠에겐 자식이 많구나.  하나하나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빠가 거름이 되고 표지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빠는 너무 부족하고 아빠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구나.


너를 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을지,

네가 없는 아프리카에서 아빠는 어떻게 지낼 수 있을지.


사랑한다는 말이 오늘은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아빠를 누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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