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윗 Feb 13. 2024

아빠는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난다

이런 말이 있더라.

'부모는 자식을 생각할 때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나고 자식은 부모를 생각할 때 못 받은 것만 생각이 난다'라고.


아빠는 널 생각할 때마다 네게 잘 못해준 것만 마음에 남아 늘 가슴이 슬프다.


네가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건 네가 하는 게 아니라 너를 괴롭히는 병 때문인데 아빠가 네게 화를 내고 널 꾸짖은 게 이리도 가슴을 저리게 하니 너무 슬프고 네게 너무 미안하구나.


또 조금 있으면 널 두고 아프리카로 다시 떠나야 하는데 발길이 무겁구나.

이번에 잠시 귀국한 것은 널 어떻게 해서라도 데리고 갈려고 했는데 너도 그렇고 아빠도 널 데리고 아프리카로 가는 게 널 위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구나.


널 두고 다시 떠난다


   네 언니 오빠를 두고 온 아프리카로 다시 아빠는 떠나야 한다.


다시 헤어지는 것이 너무 아쉽고 가슴이 저려 떠나기 전 가족 모두 나들이를 했다.


우선 쇼핑센터로 가서 너희들이 갖고 싶은 것을 샀다. 엄마와 네 언니 에클레시아는 운동화를, 네 동생 라라는 겨울을 대비해서 점퍼를 샀다. 너는 바지와 티셔츠를, 그리고 골프 모자를 골랐다.


오는 길엔 예전에 우리 가족이 간혹 갔었던 쌀밥집을 찾아갔다.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을 잘도 먹는 너희들을 보며 너무나도 행복했지만 또 언제 다시 만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지 아빠는 또 가슴이 저린다.


아빠가 다시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을 때 너는 전날 샀던 골프모자는 아프리카에 있는 네 언니 마리아에게, 그리고 티셔츠는 네 오빠 다윗에게 전달해 달라고 내밀었다.


아빠가 함께 있으니 너는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이전에 늘 그랬듯이 배려  깊고 예쁜 모습만 있는데 아빠가 떠난 이곳에서 너는 또 어떻게 지낼지 눈물이 어른거리는구나.


또 아빠는 너무나도 먼 곳에서 너를 얼마나 그리워할지, 네 생각 가득한 가슴으로 어떻게 그 세월들을 살아갈지 가슴이 무너지는구나.


언제 우리가 다시 만나 온 가족 모여 오순도순 살아갈 날을 기다려야 할지 떠나기도 전에 다시 그리움이 쌓이는구나.


먼 곳에서 널 위해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아빠의 책임을 1%도 감당할 수 없음을 알기에 너에게도, 네 엄마에게도, 네 언니 동생에게도 잘 지내고 있으라는 인사조차도 하기가 어렵구나.


그래도 다시 만날 날까지 잘 있거라,

살아만 있어 주거라.


사랑한다,

내 딸아!

이전 13화 네가 집에 불을 질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