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최후의 종말은 정해져 있다. 나는 항상 생각하는데, 죽거나, 죽이거나. 내 삶은 이럴 거다. 내가 사람처럼 살 수 없어도 그들을 죽인다면 차라리 좋겠다. 감옥에서 평생 썩는 삶이 나을 거라는 확신. 영원한 진행이겠지. 그런 나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다.
이 소식에 나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세상이 온전히 내 편이 된 것 같았다. 신 같은 건 믿지도 않던 내가 기도를 했다. 이제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웃기지 않나?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버지는 신실한 천주교다. 아침에 눈 뜨고 밥 먹기 전에 잠들기 전에 기도한다. 글쎄 나는 천국과 지옥의 실체는 믿지 않는다. 다만 정말 있다면 하나는 확실하다. 천국에는 전부 다 나쁜 사람들 밖에 없을거다. 착한 사람들은 지옥으로 떠밀렸을테니. 신도 참 이기적이지. 기도하면 다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 구더기가 들끓는 말. 악취가 난다.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내가 뱉은 말은 ‘어쩌라고.’ 엄마는 나를 불효자식이라 불렀고 나에게 같잖은 가스라이팅을 하며 아버지 걱정을 하라고 강요했다. 그 모습이 가끔씩 떠오를 땐 헛구역질이 난다. 세상에 자식을 죽이려 한 아버지가 흔할까. 그렇지 않길 바란다. 나와 같은 지옥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벌은 있다고.
안타깝게도 지금은 잘 회복해서 살고 있다. 그래도 나는 좋다. 언제든 죽을 확률이 높다는 건 내 희망도 높아지는 일. 부디 재발해서 빨리 뒤지길 바란다. 아 물론 재산은 내가 다 긁어모을거다. 그 대가라도 받아야 내가 새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어? 제발 부모 자격도 없는 이들이 자식을 키우지 않길 바란다. 또 새로운 결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