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과 술수(術手)의 리더십

법은 알리고 술수는 숨기고

by 인문학 이야기꾼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온갖 사상가들의 사상들이 시험되었습니다. 공자, 맹자의 유가(儒家) 사상, 노자, 장자의 도가(道家) 사상, 묵자의 묵가(墨家) 사상, 상앙, 한비자의 법가(法家) 사상 등 그야말로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름의 학파를 구성했죠. 진(秦)나라는 상앙(商鞅)을 등용하여 법가에 따른 개혁에 성공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천하통일을 이룹니다. 상앙은 강한 법 집행이야말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 보았습니다.

상앙은, 위(衛)나라 출신이지만 위(魏)나라에 와서 법가 숭배자인 오기(吳起)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후 진(秦)나라로 망명하죠. 상호 감시 체제와 연좌제를 통해 납세와 징병을 용이하게 하는 등 상앙은 엄격한 법 적용을 앞세워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듭니다.


상앙은 백성들로 하여금 법을 지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하나 냅니다. 도성 남문 근처에 10m 정도의 긴 나무 기둥을 하나 세웁니다. 그 옆에는 ‘이 기둥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황금 열 덩어리를 상금으로 주겠노라’고 방(榜)을 붙입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죠. 상앙은 ‘황금 오십 덩어리’를 주겠다고 방을 바꾸어 붙입니다. 어느 한 사람이 옮깁니다. 상앙은 약속대로 현장에서 황금 오십 덩어리를 줍니다.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여기에서 ‘나무 옮기기를 통해 백성에게 믿음을 준다’는 ‘이목지신( 移木之信)’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습니다.

그런 다음 법령을 공포(公布)합니다. 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것도 함께 공포됩니다. 한번은 태자(太子)가 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합니다. 태자를 법대로 처벌하려 했지만 태자는 임금의 뒤를 이를 사람인지라 관례상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태자를 가르친 태자의 스승을 처벌하게 되죠. 상앙의 강력한 법 집행으로 진나라는 일약 강대국으로 발돋음하게 됩니다. 훗날 태자가 왕위에 올랐을 때, 너무나 엄격한 법 적용이 상앙에게 적용되어 상앙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법 집행은 대부분이 벌을 주는 것입니다. 법을 잘 지켰다고 상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죠. 이목지신의 황금 오십 덩어리는 백성을 현혹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비자(韓非子)도 법가의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리더는 도덕보다 법을 우위에 두어야 한다고 한비자는 생각했죠. 엄격한 법을 제정하고 집행했는데도 법의 효과가 백성에게 미치지 않을 경우는 신하들의 부정이 없는지를 잘 살펴보라고 한비자는 말합니다.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우(外儲說右)’에서 유래한 ‘구맹주산(拘猛酒酸)’이란 성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송(宋)나라 때 술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는 친절하고 그가 만든 술은 술맛이 좋았는데도 술이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그가 마을의 어른을 찾아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마을 어른이 ‘집에 사나운 개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랬더니 그 어른이 “어른들이 아이를 시켜 술을 사오게 하는데, 당신네 개가 사나우면 들어갈 수가 없으니, 술이 팔리지 않고 시어가는 것이네.”라고 하였습니다.

한비자는 신하들을 사나운 개에 비유하여 군주가 옳은 정책을 펼치려고 해도 사나운 개와 같은 간신배들이 있으면 그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임금은 이런 신하들을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고 본 겁니다.

한비자는 신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술수(術手)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전국시대 ‘한소후(韓昭侯)’의 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하루는 한소후가 신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종이 옆에서 한소후의 손톱을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한소후는 슬그머니 깎은 손톱 하나를 감추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톱이 하나 사라졌다며 신하들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죠. 왕의 손톱은 모아 보관해 놓을 정도로 중요했나 봅니다. 임금이 손톱을 감추고 거짓으로 호통을 치는 줄도 모르고 손톱을 찾느라 신하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신하가 꾀를 냅니다. 자신의 손톱을 잘라 바친 것입니다. 하지만 왕은 신하들을 시험한 것이죠. 자기 손톱을 바친 신하는 부정직한 신하로, 손톱을 찾을 수 없다고 한 신하는 정직한 신하로 분류를 할 것입니다.

법은 알리고 술수는 숨겨야 한다고 한비자는 말합니다. 신하들이 ‘왕의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할 정도가 되어야 그 왕을 훌륭한 리더라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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