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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서방 Aug 17. 2024

[군생활 마무리 A-Z] 채용(1)

자소설, 어떻게 작성해요?

서탈


서탈, 서류탈락의 준말이다. 아마 취준생들이 가장 싫어할 말이기도 하리라 짐작해 본다.


회사 입장에서야 진짜 중의 진짜를 가려내는 채용 프로세스이지만, 서류에 인적성에 AI역량검사, 면접까지 과정이 까마득하고 번거롭게도 느껴졌다.

다만, 그 지난한 과정을 채 시작도 못하고 채용을 Fold 하는 서탈은 자존감에 스크래치마저도 생기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내게도 채용시즌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주었던 것 중 하나가 자소서였다.


지금은 대기업이라면 대기업인 곳에 운 좋게 붙어 다니고 있지만, 전역 전에는 취준에 대해 갈피도 못 잡았던 시절이 있었다. 취업보다는 창업을 더 하고 싶었고(여전히 지금도 그렇지만) 취업에 첫 발을 내 딛기 위해 자소서를 쓰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끝없는 ‘서탈’은 내게도 똑같이 다가왔다. 장교로 살며 보고서로 다진 글 쓰기 실력은 꽤 자신 있었는데, 갈피를 잡는데만 3개월은 더 걸렸다.


자소설닷컴


자소서를 더 잘 쓰기 위한 다양한 툴이 있지만 자소설닷컴만 한 건 없었다. 어플로 다운로드하여 이동하면서 수정하고 다듬기에도 좋았고, 틈틈이 시간을 활용하기에 수월했다. 채용 시즌에 여러 공고가 동시에 뜨는데, 이때 더 빠르고 효율적인 지원서 작성이 가능했다.



자소서를 3개 정도 동시에 채워나가던 시점에서 자소서 작성이 마치 블록을 조립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5개를 넘기니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줄었고, 10개가 됐을 때는 군에서 보고서 작성하듯 영혼 없이도 작성할 수 있었다.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대동소이하기 마련이다. 보통 인재상에 소통이나 창의 등이 포함되고, 질문도 지원동기, 장단점 등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가령, “당사 지원 동기를 써보시오”하는 질문에는 이런 만능툴을 활용할 수 있다.


당사의 @@ 사업 등이 있는 걸 알고 있는데
저는 ㅁㅁ한 경험/경력/학위가 있습니다.
즉, 저는 당사의 인재상/사업 등에 Fit 하며,
&&한 직무에서 성실히 일 하고 싶습니다.


이렇듯 자소서는 대부분 구조가 잡혀있으니 회사 홈페이지나 기사로 분석한 테이블에 나의 경험과 자격증, 교육내용 등을 잘 ‘끼워 넣고’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녹이면 되는 기술적인 글이다.


자소설 닷컴은 과거에 작성한 내용을 통합해서 검색하기 편했고, 오탈자 검토부터 직무별 대략적 경쟁률 예측까지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1,500자 정도 되는 [성격 장단점] 문항을 지하철에서 이동하며 작성해야 했는데, 과년도에 작성한 지원서를 활용해 1시간 만에 오탈자 검토까지 완료하기도 했다.  


회사와 나의 데이터부터!


다만, 자소설닷컴이 있다고 글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다. 그저 시간을 아껴주는 도구일 뿐 결국 스스로 글을 써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자소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 나는 ‘데이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소서는 ‘필력’이 그다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산업 분석 테이블

자소서는 상당히 기술적이다. 위 지원동기 샘플에서 보듯이 회사에 대해 잘 알고 나에 대해 잘 아는데서 시작한다. 회사와 나에 대해 두 가지 리스트를 작성해 두고 마치 검색하듯이 채우면 고민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나는 회사 분석은 홈페이지나 기사로 했으며, 산업별로 최신 키워드와 데이터를 뽑았다. 데이터를 뽑는 기준은 ‘회사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잘 아는가’였다. 그것이 ‘충성도 높은’ 지원자로 보일 수 있는 길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지원하고픈 회사의 주식도 구매하고 증권사 리포트도 봤지만, 돌아보니 정성을 그만큼 들인 것뿐 큰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최근 10년간의 내 인생을 돌아보며 연도별, 과거 맡았던 직책별, 다녀왔던 도시나 국가별 모든 시간을 돌아보려 했다. 가령, 5년 전 했던 봉사활동에서 ‘겸손과 나눔‘이라는 썰과 키워드를 뽑아내는 식이다. 이를 정리해 하나의 데이터 블록처럼 저장해 둔다. 


* 이후 나눔의 경험을 쓰라고 하면 블록처럼 빼서 활용하면 된다


과거를 망각하고 살았는지 나는 이 과정이 꽤 오래 걸렸다. 한 번에 과거를 복기할 수 없어 옛날 달력을 찾아보고 수첩을 뒤적이거나, 인사명령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옛 동료에게 전화하거나 동아리 선후배, 대학동기를 만나며 기억을 되찾고 또 구체화했다.


* 여기서 알게 된 사실 :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 한 번은 성실하고 또 열정적이며, 문제에 직면하고, 조직생활을 하며, 창의적이었다. 즉, 자소서 질문에 대답할 개개인의 경험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자소서 질문이 정말 특이하지 않고서야 위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쌓은 데이터에서 대부분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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