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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6. 2018

가을꽃 - 정호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黃菊)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가을꽃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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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한 봄 날에는 온통 피는 꽃만 보입니다

피고 지는것이 생명이지만

기나 긴 겨울을 보내고 맞는 봄에는 생명이 반가움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무성한 초록의 시간을 지나

들뜬 뜨거움이 식고 세상이 고요해 지는 이 가을엔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습니다

눈물도 없는 저녁노을 지는 강가에선

지는 꽃도 눈부시다 합니다


지난 나의 시간을 이끌어온건

고뇌의 눈물도 아닌

휘청거리는 절망도 아닌

사랑이었음을

물 깊은 차가운 땅에서

지는 꽃을 보며 생각합니다.


치기어린 젊은 시절엔,

뜨거운 청춘의 시절엔,

능숙하던 그 시절엔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보여주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이야기 하였지만

봄이 가고 여름이 지나

이 가을이 되어서야 깨닫는것은

지는 꽃의 아름다움입니다

지는 석양의 황홀입니다.

그  때가 되어서야

그 시간이 되어서야 깨닫는것이

우리네 살아가는 모양이겠지요.


이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다시 봅니다

지는 꽃을 다시 봅니다

그들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삶의 멋진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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