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이 가을에 – 나태주
------------------------
추석 명절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연휴 끝의 출근길은 목요일인데도 월요일 같은 느낌입니다
연휴가 길게 느껴지던 사람도 있고, 조금만 더 쉬었으면 하는 이들도 있을겁니다
명절이라는 것이 즐겁기만하던 시절은 어느새 지나고,
나이를 먹으며 의무가 되고, 무료함이 되고, 번잡스러움이 되다가는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과는 또 다른 편안함이 생깁니다.
이런저런 마음의 짐을 내려 놓으면서 생기는 여유일까요 체념일까요.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들이, 어머니들이 느낀것처럼,
우리가 나이 먹어가고 인생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던지도 모릅니다
그런줄 알았으면 지나간 그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요
어쩌면 삶이란게 그렇게 조금 늦게 꺠닫고,
그렇게 조금 더 아쉬워 하면서 살아가는걸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이던 아쉬움은 남는게지요
하지만 계절은 머뭇거림없이 달려갑니다
벌써 서늘한 아침바람은 코끝을 간지럽히며 훌쩍거리게 합니다
이 가을에,
가을을 가장 짧게, 그러나 짙게 이야기한, 나태주님의 ‘이 가을에’를 그려봅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픕니다.
계절은 저물고,
초록은 흐려져 나뭇잎은 물들고,
지는 꽃들도 새로운 생명을 기약하며 하나 둘 저물고,
석양의 노을이 그 찬란한 뜨거움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하나 둘 고요한 침잠의 시간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간에,
너의 기억속에서 빨갛게 단풍들어 떨어질 나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게 지난 추억으로 팔랑거릴 내 기억을 보면서도,
정작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합니다
여전히 마음속에 초록이고, 여전히 마음속에 바람부는 나를 보고
이 가을에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픕니다.
여전히 너는 내 그리움이고
여전히 너는 내 빛이고
여전히 너는 내 눈물이기에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픕니다
하지만 그 짧은 푸념은 역설이겠지요
꽃은 져도,
낙엽은 떨어져도,
초록 가지는 몸을 털어내도,
황혼이 되어 서쪽 하늘에 짙은 어둠이 밀려와도,
이 가을에
이 외로움에
아직도 사랑하는 당신을 생각할 수 있기에
당신을 그리는 그 슬픔마져도
내가 이 가을을 뒤적이며 살아갈수 있는 의미일겁니다
세상의 모든 아픈 그리움을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