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Sep 27. 2018

이 가을에 - 나태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이 가을에 – 나태주

------------------------

추석 명절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연휴 끝의 출근길은 목요일인데도 월요일 같은 느낌입니다

연휴가 길게 느껴지던 사람도 있고, 조금만 더 쉬었으면 하는 이들도 있을겁니다

명절이라는 것이 즐겁기만하던 시절은 어느새 지나고,

나이를 먹으며 의무가 되고, 무료함이 되고, 번잡스러움이 되다가는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과는 또 다른 편안함이 생깁니다.

이런저런 마음의 짐을 내려 놓으면서 생기는 여유일까요 체념일까요.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들이, 어머니들이 느낀것처럼,

우리가 나이 먹어가고 인생을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던지도 모릅니다

그런줄 알았으면 지나간 그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요

어쩌면 삶이란게 그렇게 조금 늦게 꺠닫고,

그렇게 조금 더 아쉬워 하면서 살아가는걸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이던 아쉬움은 남는게지요


하지만 계절은 머뭇거림없이 달려갑니다

벌써 서늘한 아침바람은 코끝을 간지럽히며 훌쩍거리게 합니다

이 가을에,

가을을 가장 짧게, 그러나 짙게 이야기한, 나태주님의 ‘이 가을에’를 그려봅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픕니다.

계절은 저물고,

초록은 흐려져 나뭇잎은 물들고,

지는 꽃들도 새로운 생명을 기약하며 하나 둘 저물고,

석양의 노을이 그 찬란한 뜨거움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하나 둘 고요한 침잠의 시간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간에,

너의 기억속에서 빨갛게 단풍들어 떨어질 나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게 지난 추억으로 팔랑거릴 내 기억을 보면서도,

정작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합니다

여전히 마음속에 초록이고, 여전히 마음속에 바람부는 나를 보고

이 가을에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픕니다.


여전히 너는 내 그리움이고

여전히 너는 내 빛이고

여전히 너는 내 눈물이기에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픕니다


하지만 그 짧은 푸념은 역설이겠지요

꽃은 져도,

낙엽은 떨어져도,

초록 가지는 몸을 털어내도,

황혼이 되어 서쪽 하늘에 짙은 어둠이 밀려와도,

이 가을에

이 외로움에

아직도 사랑하는 당신을 생각할 수 있기에

당신을 그리는 그 슬픔마져도

내가 이 가을을 뒤적이며 살아갈수 있는 의미일겁니다


세상의 모든 아픈 그리움을 위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꽃 - 정호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