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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마을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올해는

달팽이처럼 걸어볼까나


시간은 쉭쉭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세월은 어지럽게 빙빙 도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달팽이처럼 걸어볼까나


지나치던 길가의 풀들 눈길 주면서

손바닥엔 바람결 맞아보면서

내리쬐는 햇살 한껏 받으며

올해는

느리게 느리게

달팽이 마을로 걸어가 볼까나


달팽이 마을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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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는지도 모르고 뛰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쉬지 않고 뛰어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멈추면 죽고 달려야만 산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너덜너덜 지친 어깨로

쩔뚝쩔뚝 저는 발길로

그렇게 뛰던 심장들이

그렇게 달리던 모든 걸음들이

결국은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결국은 깨닫는 때가 있습니다.


달팽이 마을

달팽이 마음입니다


느리게 살자며

느리게 걷자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게 되는

멈춰도 괜찮고

안 가도 괜찮고

천천히 가도 괜찮고

혼자 가도 괜찮고

뒤에 가도 괜찮은

달팽이 마을입니다

달팽이 마음입니다


올해는 이 달팽이 마을에서 걸어볼랍니다.

올해는 달팽이 마음으로 살아보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마음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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