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벌써 44년 전 전 일이야
뭐가, 625가?
아니 더 나중 일이지
뭐지? 516 쿠데타가?
아니 그날이,
햇빛 좋은 오월 어느 날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우리 엄마
동네 아줌마들이랑 사찰 순례 간다고
관광버스에 시끌벅적
서울에서 버스로 내려 간
그곳, 그날이
몇 년 후에야
무심히 들려주시던
버스를 세워 올라탄 군인들의 비어있는 눈빛을
창밖으로 스치던 시민들의 핏물 가득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던 그날이,
오월의 꽃향기 대신 화약 냄새가
봄날의 웃음소리보다 통곡소리가
더 크고 짙었던
그곳의 그날이,
몇 년 후에야
학교의 어두운 서클룸 구석에서나
늦은 밤 포장마차의 소주잔 너머로
수군거리며 들으면서도
어깨너머로 읽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던
함께 할 수 없던
그곳 그날이,
살아남아 지켜봐야만 했던
무력함이 더 부끄러웠던
그래서 더 미안한
그곳, 그날이
벌써 사십 년이 지났어
부끄러움은 여전한데
미안함은 여전한데
눈물 떨군 그 자리에
꽃은 피고 꽃은 지고
핏빛 물든 동백은
그날처럼 피고지며
세월은 벌써
벌써 사십 년이 흘렀어
80년 5월 -김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