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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18. 2024

80년 5월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벌써 44년 전 전 일이야

뭐가, 625가?

아니 더 나중 일이지

뭐지? 516 쿠데타가?


아니 그날이,

햇빛 좋은 오월 어느 날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우리 엄마

동네 아줌마들이랑 사찰 순례 간다고

관광버스에 시끌벅적

서울에서 버스로 내려 간

그곳, 그날이

몇 년 후에야

무심히 들려주시던

버스를 세워 올라탄 군인들의 비어있는 눈빛을

창밖으로 스치던 시민들의 핏물 가득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던 그날이,

오월의 꽃향기 대신 화약 냄새가

봄날의 웃음소리보다 통곡소리가

더 크고 짙었던

그곳의 그날이,

몇 년 후에야

학교의 어두운 서클룸 구석에서나

늦은 밤 포장마차의 소주잔 너머로

수군거리며 들으면서도

어깨너머로 읽으면서도

이해할 수 없던

함께 할 수 없던

그곳 그날이,

살아남아 지켜봐야만 했던

무력함이 더 부끄러웠던

그래서 더 미안한

그곳, 그날이

벌써 사십 년이 지났어

부끄러움은 여전한데

미안함은 여전한데

눈물 떨군 그 자리에

꽃은 피고 꽃은 지고

핏빛 물든 동백은

그날처럼 피고지며

세월은 벌써

벌써 사십 년이 흘렀어


80년 5월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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