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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2. 2024

청포도 익는 칠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 -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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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는

마을의 전설이 알알이 열리고

하늘이 날아와 알알이 박혀

청포도가 가득히 익어가는 칠월입니다.

그 칠월의 날,

하늘은 낮게 내려오고

세상에 비를 더해줍니다


어느 누구에겐 청포를 입은 그이는

고달픈 어깨를 털어내는 희망이고

입안 가득 향긋한 기쁨입니다.


그렇게 세상이 우리에 주듯

그렇게 세월이 우리에게 주듯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삶의 교훈을 그르치지 않고

부디 청포 입은 그 희망이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는

칠월이길 기원합니다


세상 모든 낮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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