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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Jul 05. 2024
권향사 勸鄕辭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그대
왜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가
해는 지는데
날은 어두워지는데
무슨 미련에
무슨 욕심에
그대
왜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가
양손이 무거우면 휘청이는 법
고개가 뻣뻣하면 중심이 흔들리는 법
눈이 안 보이면
귀가 안 들리면
더 어둡기 전에
더 시끄럽기 전에
이제 그만하자
이제 내려가자
하늘도 만져봤고
구름도 타봤고
높고 높은 절벽 위
세상 경치도 다 봤는데
그대
왜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가
화무는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욕심내지말고
입맛 다시지 말고
다리 힘 빠져 넘어지기 전에
어두운 길 돌부리에 걸리기 전에
그대
이제 내려가자
어두워지기전에
추워지기전에
그대
그만 내려가자
勸鄕辭 권향사 -김경근
----------------------
우리 집 고양이는 옥상을 좋아합니다.
날 좋을 때는 하루 종일 옥상에서 꽃밭을 다니며 뒹굴뒹굴합니다.
특히 지붕에 올라가는 일도 좋아하지요.
날렵한 발걸음으로 지붕에 올라앉아 사방을 둘러봅니다.
저도 일전에 방수공사하러 옥상 지붕에 올라가 봤더니 사방이 탁 트인 경치에 마음이 상쾌하더군요.
살짝 다리가 떨리긴 하지만 말이지요.
아마도 우리 고양이는 이 맛을 알았나 봅니다.
며칠 장맛비에 옥상을 못 나가니 답답해합니다
오늘은 날이 갠 걸 알았는지 아침부터 문 앞에서 문 열어라 성화입니다
하루 종일 옥상에 있는 고양이를 불러내리는 것도 일입니다.
한참을 시끄럽게 귀찮게 불러야 마지못해 느린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게 모두의 마음이겠지요.
좋은 곳 편한 곳 내 마음대로 하는 곳에서 내려오기 싫은 것, 고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래도 고양이는 부르면 내려오니 사람보다 낫다 싶습니다.
세상 일에 욕심내지 말고 해 지기 전 내려오라는 '勸鄕辭 권향사' 한 구절 써보며 세상 모든 지붕 위의 고양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그대
욕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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