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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1. 2024

단풍 드는 날 -도종환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드는 날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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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단풍이 들지도 않았는데

나무는 잎을 내려놓습니다

어수선한 세월처럼

계절도 어지럽습니다


도종환 님의 '단풍 드는 날'을 그려봅니다.


스스로 태우고

스스로를 버릴 때

그때가 가장 절정으로 빛난다 합니다.

비우고 채우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내려놓아야 가질 수 있음이 이치입니다.

미련과 욕심과 아집을 손에 쥔 채로는

평화를 또 잡을 수는 없겠지요

나무가 알려주는 방하착 放下着의 이치입니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놓아주는 겁니다.

무거운 마음도,

어지러운 마음도,

달라붙던 마음들도 다 내가 잡고 있었던 겁니다.

내 미련이, 내 욕심이 잡고 있었던 거지요.

나무가 미련 없이 단풍잎을 내려놓듯, 그렇게 내려놓으면 될 일인데 말입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가득함을 덜어낸 후에 더욱 깊어지는

방하착의 역설을 생각해 보는 가을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가벼워진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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