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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2. 2024

입은 닫고 귀는 열고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세월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잔소리가 많아졌다 느낄 때가 있습니다.

했던 얘기 또 하고, 돌아서면 또 이야기를 합니다.

어린 시절엔 부모의 잔소리에 짜증을 냈으면서도, 어느새 아이들에게 그 잔소리를 내가 합니다.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몸의 근육이 약해지는데, 아마도 입을 다물게 하는 근육도 같이 약해져서 일까요

살아온 세월만큼 하고픈 이야기도 많겠지요.

살아온 세월만큼 보고 익힌 것도 많겠지요.

하지만 점점, 하는 말 중에 쓸만한 말이 줄어드는 나이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읽던 책 중에서 '입은 닫고 귀는 열어라'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스갯말로,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으라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그런데 열 지갑마저 만만치 않으면, 그저 입은 닫고 귀만 열면 됩니다.


소란스러운 세상입니다

저마다 듣지 않고 떠들기만 합니다.

귀는 닫히고 입만 열려 있습니다.

힘이 있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오만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시끄러운 세상의 아침,

한마디 보태고 싶어 움찔거리는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세상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하늘을 나는 철새들의 이야기를,

단풍이 떨어지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내 마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려 귀를 기울여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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