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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4. 2024

김장 하셨어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겨울이 저 멀리 보이면, 맑은 하늘을 철새들이 떠들며 날아갑니다.

겨울이 온다고 열심히 알려줍니다.


이 계절이 되면 여기저기서 김장 이야기가 들립니다.

김장이 안부 인사가 됩니다.

김장이란 게, 먹거리 충분치 않던 시절에 겨울을 나기 위해 김치를 미리 담가놓는 일에서 시작되었답니다

그러니 생각해 보면 이젠 굳이 겨울에 김장을 담지 않아도 됩니다.

세월이 옛날 같지 않고, 식재료가 훨씬 좋아지고,

김치냉장고가 사방에 있고, 언제든지 신선한 김치를 사 먹을 수도 있고 담가 먹을수 있는 그런 환경입니다.

먹거리 없고 보존시설 없던 옛날과는 전혀 달라진 요즘이니 말이지요.


그런데도 김장을 합니다.

굳이 추운 날, 굳이 재료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굳이 몇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서,

마치 의식처럼, 마치 습관처럼, 여럿이 모여서, 서열대로 일을 맡아 굳이 그 김장을 해냅니다.

희한한 대한민국 유전자입니다.

아마도 김장은 김치를 먹는 우리 민족의 축제 같은 의식인가 봅니다.

어쩌면 '김장하셨어요?'라는 인사는, 하루의 안부를 묻는 '식사 하셨어요?'처럼, 실제로 김장을 하든 안하든,

이 지난한 겨울을 잘 넘길 채비는 하셨냐는 우리 민족만의 겨울맞이 계절인사일지도 모릅니다.


점점 김치를 직접 담가먹는 가정이 줄긴 합니다.

그러니 이 김장 문화도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세대가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겠지요.

아마도 언젠가는 김장을 잠그는 사람이 '전통문화 전승자'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때가 되면, 갓 담근 김장 속을 절인 배추에 얹어, 따끈한 수육 한 점과 같이 먹는 맛은 추억의 맛이 되려나요.

그전에 부지런히 먹어둬야겠네요.


어디 오늘 김장하신 분 계실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겨울에 포근함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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