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며칠 지난 물에서 쉰 맛이 난다
내 나이 쉰에도 쉰 맛이 났을까
버텨내던
혹은 스러지던
쉰 살의 세월이 생각나
차마 버리지 못하고
차마 흘리지 못하고
쉰 인생을
쉰 계절을
꿀꺽
삼켜버린다.
내 쉰을 삼켜버린다
쉰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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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은 또 하나의 단층을 지나는 시절입니다.
청년은 이미 지났으며,
노년이기엔 멀다 생각되고,
중년이라기엔 어색한 애매한 과도기의 시절입니다.
아직은 쌩쌩한 마음이지만
불현듯 노안이 오고
덜컥 가슴이 얹히고
털썩 다리 힘이 빠지는
누구도 피할 수 없이 세월을 머리에 얹게 되는 그런 나이입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르며, 문득 지난 쉰의 세월을 기억해 봅니다.
그날의 내 쉰은 어떠했는지
그날의 내 쉰은 어떤 냄새였는지
그날의 내 쉰은 간신히 넘겨왔는지, 혹은 흘려졌는지
이제야 슬쩍 돌아보는 쉰의 시절입니다.
버텨온 쉰의 시절,
넘겨온 쉰의 세월,
잠시 쉬어야 할 쉰의 시간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쉬는 시간에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