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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May 07. 2024

데이터 읽기의 기술

영수증에 담긴 소비데이터의 가치

데이터 관련한 회의를 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는다. ‘헐 저런 걸 물어보네’ 싶을 만큼 우리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있고 ’ 아이고 갈 길이 멀겠다 ‘싶게 초보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이상한 포인트에 꽂혀서 1시간 내내 그 이야기만 하게 만드는, 의도했다면 고수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다른 일처리도 의심스러운, 그런 사람도 만나게 된다.


책이란 것이 쓴 사람이 읽는 사람들에게 내는 수수께끼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하게도 작가가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때로는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떠올랐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100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30만 이야기하는데도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하기도 하고, 너무 직설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고객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말을 여러 가지 이유로 솔직히 꺼내놓지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려면 머리가 아프고 그래서 정리하지 않기 때문에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여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기업도 자꾸 소비자를 분석하려고 한다. 그래야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거나 마케팅 전략을 짜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통계학적 분류는 사실 거의 의미가 없다. 나와 같은 성별, 나이의 사람이 모두 같지 않다.

소비자의 행동에 따른 분류를 해야 한다. 아침마다 무언가를 하는 사람, 점심마다 저런 소비를 하는 사람, 저녁마다 이런 곳에 들리는 사람, 그 행동이 훨씬 더 소비자의 필요와 맞닿아 있다.


건강검진을 할 때 혈액 검사로 다수의 건강지표를 확인한다. 그때 모든 혈액을 다 뽑아서 검사하는가? 아니다. 내 팔뚝에서 뽑은 피니까, 내 다리에서 뽑은 피는 다를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가?

샘플링이란 그런 것이다. 내 몸의 피를 다 뽑아서 검사할 필요가 없듯이, 전수가 아닌 샘플을 통해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경우에도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틀릴 수 있다. 샘플링이 잘못될 수 도 있고 시간이나 기타 요인으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체가 아닌 적은 수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오해다.


데이터 분석은 있을만한 질문들을 촘촘하게 메우는 과정이다.

데이터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렵다면, 상사가 궁금할 만한 것들을 미리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채워 넣는 형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것이다.

빅데이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데이터가 단순히 크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한 문항 하나를 많은 사람에게 질문했다고 해서 빅데이터로 변신하는 것도 아니다. 그 조사 결과를 다른 데이터와 연결하고 분석해서 분석의 목적인 소비자 이해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수많은 데이터를 모은 의미가 더욱 빛나게 된다.




특정 분야에 대해 쓴 글을 읽다 보면, 몇 권의 고전적인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한국 작가가 쓴 책이 잘 읽힌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기술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한국 작가들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객 분석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중국인들이 온라인에서 이야기한 글을 분석한다고 할 때, 내가 아무리 분석 기술이 뛰어나고, 그동안의 경험이 많고, 이번 프로젝트를 훌륭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인들에 대한 이해 없이 훌륭한 분석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돌고 돌아 다시 고객, 또 고객이다.

하지만 고객 중에는 우리의 수용범위를 넘어서는 이상한 고객들이 있다.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거나, 전화통화를 일방적으로 녹음해서 꼬투리를 잡거나, 윗사람에게 민원을 넣어 찍어 누르려는 고객들,

고객을 가려서 받을 수 없으니 이런 고객들도 잘 아울러서 끌고 나가는 게 고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고객들을 피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면 그게 진짜 고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데이터를 다루면서 생각해 봄직한 주제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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