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유럽 여행 이야기
빨래방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은 지금 이곳이 우주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었다. 빨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는 사람처럼 굴어보면 세탁실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인생은 나를 찌를듯한 창과 나 따위는 밀쳐내 버릴 방패로 무장한 병사 같아서 나는 인생에게 늘 지고 마는 하루를 살아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생은 차갑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나의 인생에 대해 누구도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유럽에 와서 빨래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동안은 따스한 햇볕 아래 꾸벅꾸벅 조는 토끼처럼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