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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송 Oct 29. 2022

니네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던?

말투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생각


한 사람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중에 외모, 집안, 학벌 등도 있지만 그 사람을 제일 잘 드러내는 것은 말씨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언어생활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은 물론 생각, 습관, 직업까지도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더욱이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이 난무한 사람들을 보며 언어가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하고 한편 나의 언어생활을 되돌아보게 된다.

왜 시어머니 이야기에 이런 말씨 타령을 하냐면 툭 내던지는 말뿐만 아니라 말씨에서 오는 가시가 더 날카롭고 무섭기 때문이다. 일단 시어머니와 나는 말하는 어조와 태도가 매우 다른 편이다. 말씨는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누가 더 좋다 나쁘다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그 다름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서는 불편함으로, 그 불편함이 불쾌함으로 이어질 때가 자주 생겨 곤란하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편이고 어조의 변화가 극명하다. 오죽하면 나의 시누이도 어머니가 뭐라말씀하시면 "엄마 시끄러워.  이렇게 시끄러워?"라고 핀잔을  정도이다. 반면 나는 시어머니 입장에서 답답할 정도로 조곤조곤 말하는 스타일이라서 시댁에 가면 강한 시어머니의 어조에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물론 이제는 그것조차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런 스타일의 말씨를 쿨하다고 표현하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남편 쪽 가족들은 마치 매우 쿨한 사람들이라 스스로를 칭하면서 욕설도 쓰고 말의 어조가  편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말의 어감에 따라 듣기 괜찮은 말이  수도 있고 매우 거북한 말이  수도 있다. 시어머니는 하는 말마다 가시 돋친 말로  괴롭혔는데 거기에다가 강하고  말씨가 더해지니  공격력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어느 명절 전날 어머니 댁에 이런저런 반찬을 해서 싸들고 갔다. 사실 반찬들도 엄마가 굳이 하라고 등 떠밀어 엄마와 함께 밤이 늦도록 만들어 간 눈물의 반찬이었다. 어머니가 상을 차리라고 나에게 접시와 젓가락을 주셔서 내가 해간 반찬과 어머니가 만드신 반찬을 나름 예쁘게 놓으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시더니 어머니 하시는 말씀,

"얘, 너 젓가락질 못하니? 니네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니?"

젓가락질 잘해야 밥 잘 먹나요 라는 가사의 노래를 틀어드리며 춤이라도 춰야 했었나? 반찬 열심히 만들어 간 며느리에게 칭찬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 반찬 놓는 사람에게 젓가락질 훈수라니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내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엄마가 내게 젓가락질을 바르게 안 가르쳤을까. 밥 더 잘 먹으려고 내가 편한 대로 젓가락질해서 우리 엄마 먹칠하는 내 잘못이겠지 싶었다.

사실 젓가락질 지적은 여기저기 많이 받아온 터라 크게 타격감이 없었는데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니네 엄마'이다. 어머니는 참 우리 엄마에게 '니네 엄마'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니네 엄마'는 마치 아랫사람에게 굴욕을 줄 때나 사용하는 말 같아서 정말 듣기 싫다. 오죽하면 배우자끼리 싸울 때에도 "너네 엄마가~"라는 말은 금기하는 게 일종의 규칙 아닌가?

그 이후에도 종종 남편과 시댁에 들를 때면 "주중에 뭐 먹을 건 있니? 니네 엄마가 반찬 많이 해줘서 안 싸줘도 되지?" 등의 그놈의 니네 엄마는 항상 등장한다. 어느 날 한번 쌍심지를 켜고 '니네 엄마' 호칭을 정정해드리고 싶었지만 소심한 며느리는 늘 마음으로만 칼을 간다. 그리고 늘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건 결국 어머니의 언어생활이 어머니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거라고 여기고 만다. 또한 한편으로는 나와 우리 엄마를 딱 며느리와 그 엄마로만 취급하는 어머니의 생각을 대변해준다고 생각되어 씁쓸하기도 하다. 아주 아주 소중하고 존중하며 예뻐하는 존재에게, 그리고 그 존재를 낳고 키워준 부모에게 저렇게 말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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