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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고 대화할 때 눈물이 난다

(셀프 글쓰기 챌린지 21) 내가 왜 이러지 했는데....

by 글구름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하여간 언젠가부터 누군가와 대화할 때 나의 생각이나 감정이 담긴 이야기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증상이 났다.

자기가 말하고 혼자 감동받은 사람처럼 북받쳐서 눈시울도 붉어지고 어쩔 때는 정말 눈물이 고이면서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억지로 참고 더 이야기를 했다가는 눈물이 줄줄 흐를 수도 있었다.


심각하거나 슬픈 대화가 아니라 그저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담아 살짝 길게 말하기만 하면 이런 증상이 나왔다.

좀 더 재밌고 실감 나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어도 얼굴의 표정 상황이 감당이 안되어서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가 많아졌다. 그때마다 무척 속상했고 내가 병에 걸린 건가 싶어 겁이 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된 건가 싶어서 같은 증상의 사례가 있는지 좀 찾아봤다.

그리고 뭔가 적절한 이유를 찾은 듯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누군가에게 조금도 오해받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여러 종류의 말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 대화할 때 각별히 조심하느라 늘 긴장상태였던 것 같다.

사람들과 만나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아서 자책했고, 그러지 않기 위한 공부를 많이 했다.

그 덕분인지 실제로 예전보다 그런 부분에서는 후회하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긴 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노력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반드시 긴장상태가 유발되었을 것이다.

이런 긴장감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불안이 커져서 위의 증상이 나온 거라는 글을 발견했다.

'대화 속 긴장과 불안'이라는 글을 확인하고, 나는 체했을 때 명치끝을 눌린 것 같은 자극을 받았다.


어쩌면 대화하는 도중 나의 감정 조절장치에 무리가 갔고, 그것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신체 반응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나 보다.


이것을 스스로 해결해 보기 위해서는 '대화를 너무 잘하려는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대화를 꿈꾸며 공부했고 그 내용이 체화되지도 않았는데 실전에서 그런 사람인척 해보려다가 이런 탈이 생긴 것 같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난 날씬해졌을 거야'라고 착각에 빠져 원래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은 바지를 입고 다니다가 숨 못 쉬고 체한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과하면 안 되는 거였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성장해야 했다.

지금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파악하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변이 없는 한 아직 살아갈 날이 길게 남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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