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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Nov 27. 2023

겨울은 붕어빵의 계절

일상과 사색

 추운 겨울날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하얀 눈 외에, 구운 고구마인 사람도, 성탄절의 분위기인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붕어빵이 겨울날의 상징 중에 하나다.

  우리 부부에게 언제부터 붕어빵이 그 상징이 되었는지 정확히는 기억할 수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30대 초반에 살던 오래된 주공아파트 단지의 횡단보도 옆에서 겨울이 되면 팔던 붕어빵이 그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후에도 삶의 터를 옮기면서, 옮긴 동네의 붕어빵 맛집을 찾아다녔다. 몇 군데를 다녀보고는

"아! 이 집이 맛집이다."

는 곳을 찾아내고는 매년 겨울철에 그 가게로 가서는 붕어빵을 여러 개 주문해서, 걸어오면서 한 개씩, 두 개씩 '호~호~'하면서 먹곤 했다.


 때 그 가게가 지금까지 먹었던 붕어빵 중에서는 가장 맛있는 집이었다. 그래서 매년 겨울, 그 가게에서 붕어빵이 개시되기를 기다렸었고...

 또다시 삶의 터가 변경된 이후, 그리고 다시 추운 겨울이 찾아온 다시 그 루틴이 반복되었다. 기준은 전에 살던 동네의 붕어빵이었다.

 이 동네에 온 후, 멀지 않은 곳에서 붕어빵을 조달? 해서 먹기는 했지만, 크게 만족하지는 못했던 터라 올해는 영역을 좀 넓혀서 찾아다니게 되었다.


 아내가 동네카페를 통해 알아본 몇몇 곳을 다녔지만, 크게 만족하지 못하던 터에, 주말에 집에서 멀리 있는 곳으로 마실 나갔다가 우연히 붕어빵을 하는 노점을 보았다.


 맛이나 볼까? 하는 마음에 두 개만 주문해서 먹었는데,

"아니! 이 맛은?"

전에 살던 동네의 그 붕어빵과 비슷한 맛이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붕어빵의 취향이 비슷해서, 붕어빵의 살이 두껍지 않아, 구우면 바삭해진 껍데기에 팥이 넉넉히 들어간 그런 붕어빵을 선호해 왔는데 이곳이 그런 곳이었던 거다.

 두 개만 주문해서 차를 주차한 곳으로 걸어가면서 맛보고 집으로 가려던 차에, 아내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한 개씩 더 먹자고 한다.


그래서, 한 개씩 더 먹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곳은 집에서 차를 타고 20분을 정도 떨어진 곳으로 붕어빵을 먹기 위해 과연 이곳을 와야 할까? 하는 다소 고민스러운 위치.

 뭐, 어떠랴? 예전에는 도삭면 하나 먹겠다고 두 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서는 면만 먹고 돌아왔던 나인데, 20분 정도라면 종종 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올 겨울에 그 붕어빵 노점하시는 분이 장사가 잘 돼서 계속 그 자리에 계셨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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