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이미 Jan 17. 2024

바다에 가라

그대여

바람이 가슴을 뚫는

초창한 날에는

하늘 맞닿은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송정 구덕포에 가라.


그곳의

단아한 찻집에 앉아

실비단처럼 흐르는

물먹은 하늘을

그저 바라보아라.


저 멀리

넘실대는 파도의 음반에 맞추어

춤추는 고래의 등에

너의 마음을

너부시 실어 보아라.


원시 파도가 할퀴고 간
짠내 나는 바닷가에서
거북처럼  게으른
동해남부선 마지막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보아라.

그 곳에서
허름한 담장으로
시집온 명자꽃이
무거운 빗방울을 이고 있는
가냘픈 몸매를
설운 눈으로 바라보아라.

천년물기 머금은 해변
때 묻은 전봇대의
초라한 전등 밑에서
주름진 해녀의
슬픈 전설을
도란도란 들어보아라.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