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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Jan 17. 2024

바다에 가라

그대여

바람이 가슴을 뚫는

초창한 날에는

하늘 맞닿은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송정 구덕포에 가라.


그곳의

단아한 찻집에 앉아

실비단처럼 흐르는

물먹은 하늘을

그저 바라보아라.


저 멀리

넘실대는 파도의 음반에 맞추어

춤추는 고래의 등에

너의 마음을

너부시 실어 보아라.


원시 파도가 할퀴고 간
짠내 나는 바닷가에서
거북처럼  게으른
동해남부선 마지막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보아라.

그 곳에서
허름한 담장으로
시집온 명자꽃이
무거운 빗방울을 이고 있는
가냘픈 몸매를
설운 눈으로 바라보아라.

천년물기 머금은 해변
때 묻은 전봇대의
초라한 전등 밑에서
주름진 해녀의
슬픈 전설을
도란도란 들어보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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