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바람이 가슴을 뚫는
초창한 날에는
하늘 맞닿은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송정 구덕포에 가라.
그곳의
단아한 찻집에 앉아
실비단처럼 흐르는
물먹은 하늘을
그저 바라보아라.
저 멀리
넘실대는 파도의 음반에 맞추어
춤추는 고래의 등에
너의 마음을
너부시 실어 보아라.
원시 파도가 할퀴고 간
짠내 나는 바닷가에서
거북처럼 게으른
동해남부선 마지막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보아라.
그 곳에서
허름한 담장으로
시집온 명자꽃이
무거운 빗방울을 이고 있는
가냘픈 몸매를
설운 눈으로 바라보아라.
천년물기 머금은 해변
때 묻은 전봇대의
초라한 전등 밑에서
주름진 해녀의
슬픈 전설을
도란도란 들어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