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이미 Oct 18. 2024

처음처럼 물처럼

신영복님의 《 처음처럼 을 읽었다.

2007년판 랜덤하우스 출판본으로.


15 년 전에 읽고 책장에서 다시 읽고 싶어 꺼내 들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아침처럼,봄처럼,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흔히 여행에 비유되는데 일생 동안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여행"이라고 한다.


  이는 이성과 감성의 거리이기도 하고 지식과 품성의 차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책은 언어의 관념성 경직성이 그림을 통하여 구체화 된다.

 동시에  정감적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가슴의 공감이  어우러져서 더 나아가 "가슴에서 발까지" 이르는 여정이

처음 즉  시작이기를  작가는  소망하는것 같다.


발은 삶의 현장 ,땅 ,숲을 말하는데 이는 인간 삶의  여정이며 개인의 완성을 넘어 숲으로 가는 여정으로 인식된다.

 '처음'은 곧  '석과불식(碩果不食:씨 과실은 먹지 않고 땅에 묻음)'을 의미한다.  나무가 잎사귀를 떨고 자신을 냉정히 직시하는 자세가 석고불식이다.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은  곧 역경을 견디는 자세이며,  역경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내는 길이며, 수많은 처음은 곧  임없는 성찰과 통하는 것이다.


   마음에 구구절절하게 와 닿는 글이다. 어느 한 구절 소홀히 할게 없다.


중 수( 水물)를 발췌해서 보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상선약수 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온 높은 것을 지향하며 낮은 곳을 싫어한다.

  하지만 물의 천성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며 모두들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자신을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은 다투지 않는 경쟁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산이 가로 막으면 돌아가고 분지를 만나면 그 빈곳을 가득 채운 다음 나아간다. 마음을 비우고 때가 무르익어야 움직인다. 결코 무리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허물도 다.


물의 성질을 살핌으로서 물같은 존재가 되어 살아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대인으로서 '상선약수' 처럼 살기 쉬우랴마는 그것을 지향하는 삶이 진정한 지성인의 삶이 아닐까 싶다.

이전 23화 우리 자화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