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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Apr 15. 2024

파리에서 만난 비누

기억을 집으로 데려 올 수 있는 방법


파리 에펠탑 바로 앞에서 야외 마켓이 열려있었다. 아이들과 밤의 에펠탑을 보러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마켓.

작은 마켓에는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아부다비로 돌아가기 전에 꼭 비누를 살 것이라는 큰 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누 가게를 만났다. 프랑스는 마르세유 비누가 유명하다. 한 때 마르세유 비누를 만들어 쓰던 때도 있었지만 사서 쓰는 게 비용이나 비누의 품질면에서 더 나을 것 같아 지금은 만들지 않고 있다.


비누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건 초록 마르세유 비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사작했고 올리브오일과 가성소다로 만드는 이 비누는 숙성될수록 더 부드럽다.

비누 두 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큰 애는 조그만 미니비누 세트를 담았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비누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여행 중 비누 쇼핑(?)을 함께 하게 되고, 또 비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영국의 사회적기업 ‘옥스팜’의 라벤더 비누.

아이들과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에펠탑 아래에서 각자가 산 비누를 매만지며 다시 또 오고 싶냐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면 이걸로 씻어봐야지.‘하고 생각했다.


내가 각 나라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 향‘이다

파리의 향기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향기를 가지고 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던 때가 있다.

지난 남인도 오로빌 여행에서는 그곳에서 만드는 에센셜 오일을 하나 사서 요가 수련 때 늘 사용하다가 집으로 가져왔다.  오로빌은 나에게 ’ 페티그레인‘향으로 기억된다. 런던과 파리에서 산 비누로 세수하고 샤워하며 지낸 2주. 하늘색 프레쉬 사봉의 향으로 그곳을 기억할 수 있겠지? 반쯤 남은 그 비누가 다 닳을 때까지 런던과 파리의 기억을 생생히도 떠올릴 것 같다.

해질녘, 에펠탑 아래에서.


여행지를 향으로 기억하는 일.

그곳의 장면들을 가지고 돌아올 수는 없지만 에센셜 오일과 비누는 가지고 올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 기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행과 기억, 향기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센느강을 걷는다. 석양, 그리고 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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