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의 지난날
우리는 언제부터 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내가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도 매일 사용하고 있는 비누.
지금 나의 글감이 된 비누의 지나온 길이 궁금해지던 때가 있다. 비누는 세정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러 자료들을 보니, 오래전 비누는 인류의 생존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매거진 <Tools>.
몇 해전 구입한 이 매거진의 첫 주제는 무려 ‘비누’였다. 하나의 도구를 주제로 다방면의 전문가, 생활 속 실천가, 역사적 자료들을 이야기하는 가벼워 보이나 절대 가볍지 않은 잡지이다.
그동안 내 비누 연재 글에서는 비누에 대한 기억이나 감상을 주로 나누었었는데, 오늘은 매거진 <Tools>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려고 한다.
비누에 대한 기록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기원전 7,000년 구약성서에 는 세정을 위해 잿물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또 비누에 관한 최초의 기술은 1세기 박물학자 플리니우스의 대저 <박물지 Naturalls Historia>에 처음 등장 했다. <박물지>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비누는 갈리아인에 의해 발명되고, 짐승의 지방과 재를 재료로 하여 두발용으로만 사용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비누를 '세정제'로 명시한 최초의 기록으로는 2세기 그리스의 의사 클라우디우스 갈레누스가 쓴 <간이약제론>이 있다고 한다.
비누는 AD 2800년경 메소포타미아 남쪽 고대 왕국 바빌로니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로마인은 사포(Sapo)산에 올라 재단에 양을 태워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지니고 있었다. 제사가 끝난 후 불에 탄 양의 재를 물통에 쓸어 담았고, 재가 담긴 물에 걸레를 빨았더니 때가 쏙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물에는 바로 양의 기름이 배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바빌론의 유물로 추정되는 진흙 통 측면에 기름과 재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라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로마인들은 이러한 기름 재를 사포산에서 이름을 따 사포라고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솝(soap)'의 어원이 되었다.
인간의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2019년 12월 처음 발생한 호흡기 질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D-19(이하 코로나19)는 2020년
9월 지금, 이 순간까지 전 세계인을 위생'과 '예방'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와 마주하게 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한국 질병 관리청 등 각 나라의 보건 당국은 비누를 사용한 손 씻기를 감염병 예방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 수칙으로 강조한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문지르고 비비며 씻는 행위는 중요한 코로나19 감염 예방법이 되었다. 자연스레 비누는 우리의 일상 속 가장 필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했고, 더욱이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일상 속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시기인 만큼,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피하기 위해 고체 비누를 사용함으로써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부에 닿는 제품인 것을 고려해 화학 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친환경 비누를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