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Apr 15. 2024

파리에서 만난 비누

기억을 집으로 데려 올 수 있는 방법


파리 에펠탑 바로 앞에서 야외 마켓이 열려있었다. 아이들과 밤의 에펠탑을 보러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마켓.

작은 마켓에는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아부다비로 돌아가기 전에 꼭 비누를 살 것이라는 큰 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누 가게를 만났다. 프랑스는 마르세유 비누가 유명하다. 한 때 마르세유 비누를 만들어 쓰던 때도 있었지만 사서 쓰는 게 비용이나 비누의 품질면에서 더 나을 것 같아 지금은 만들지 않고 있다.


비누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보이는 건 초록 마르세유 비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지역에서 만들어지기 사작했고 올리브오일과 가성소다로 만드는 이 비누는 숙성될수록 더 부드럽다.

비누 두 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큰 애는 조그만 미니비누 세트를 담았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비누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여행 중 비누 쇼핑(?)을 함께 하게 되고, 또 비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영국의 사회적기업 ‘옥스팜’의 라벤더 비누.

아이들과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에펠탑 아래에서 각자가 산 비누를 매만지며 다시 또 오고 싶냐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면 이걸로 씻어봐야지.‘하고 생각했다.


내가 각 나라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 향‘이다

파리의 향기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향기를 가지고 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던 때가 있다.

지난 남인도 오로빌 여행에서는 그곳에서 만드는 에센셜 오일을 하나 사서 요가 수련 때 늘 사용하다가 집으로 가져왔다.  오로빌은 나에게 ’ 페티그레인‘향으로 기억된다. 런던과 파리에서 산 비누로 세수하고 샤워하며 지낸 2주. 하늘색 프레쉬 사봉의 향으로 그곳을 기억할 수 있겠지? 반쯤 남은 그 비누가 다 닳을 때까지 런던과 파리의 기억을 생생히도 떠올릴 것 같다.

해질녘, 에펠탑 아래에서.


여행지를 향으로 기억하는 일.

그곳의 장면들을 가지고 돌아올 수는 없지만 에센셜 오일과 비누는 가지고 올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 기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행과 기억, 향기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센느강을 걷는다. 석양, 그리고 딸과 함께.






이전 06화 향기 나는 조약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