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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남책 Oct 02. 2024

4장. 허지광vs윤사장

문제의 시작

4장. 허지광 vs 윤사장     


‘삐걱. 끼익….’     

“ 야, 이거 문 안 고치냐? 뭐 이런데 돈을 아끼고 그래? ”     


길 건너 건물 3층에서 고급 음향기기를 판매하는 윤우일 사장이 인사도 없이 짜증부터 냈다. 김 사장과 달리 윤 사장은 성격이 포악하다. 일을 배우기 위해 몇 번 식사도 했었지만, 도저히 이 인간의 성격은 감당이 안 되겠다는 판단에 요즘은 찾아가지 않고 있었다.      


지광은 벌떡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한 후

“ 사장님이 좀 고쳐주세요. 저거 때문에 사람 부르기도 애매하고…. ” 라며 감정을 숨긴 채 너스레를 떨었다.      


윤 사장은 뚜벅뚜벅 걸어들어와 지광의 허락은 필요 없다는 듯이 사장 전용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입을 쩝쩝거리며 자신이 굳이 이 누추한 곳에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 허 사장, 나 계산서 좀 끊어주라. 한 2억 정도? ”


윤 사장은 말을 끝내자마자 지광의 빠른 대답을 기대하며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사실 너의 동의는 필요 없다는 듯한 말투였고 바쁘니까 빨리 발행해달라는 느낌의 행동도 함께였다.   

   

 평소 음향기기 업종을 배우기 위해 김 사장이나 윤 사장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굽신거리며 다니다 보니 지광은 가끔 그들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바로 ‘가짜세금계산서’ 였다. 이는 실제 거래를 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만 주고받는 것으로 흔히 ‘자료거래’라고 불리고 있는 행위였다.      

이런 행위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보아 조세법상 범법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인 간에 아직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침 지광은 도매보단 소매로 소비자를 상대하다 보니, 누락 되는 매출이 많은 상황이었고 매입은 있지만, 세무신고에 찍히는 매출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즉 물건은 팔고 있으니 당연히 구입한 내역은 있는데 판매한 자료가 누락 되어 확인되는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지광이 비록 세무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상식적으로 매입만 인식하고 매출은 없이 국세청에 세금 신고를 할 수는 없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친분도 없는 세무사에게 이 모든 사실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물어보기도 불안했기 때문에 혼자서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지광에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것은 자신의 주변에는 항상 매입자료가 모자라서 끙끙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이들에게 부가세만큼의 수수료를 받고 세금계산서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신고서에 매출과 매입의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출 수도 있고 부가세는 그 차액의 10%를 납부하는 것이니, 가짜 매출 전체의 10%를 수수료로 받아둔다면 세금납부 후 돈을 오히려 남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반 협박조로 자신에게 가짜계산서를 요구하는 일부 사장에게 생색도 낼 수 있고 ‘일석삼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그래, 이건 상부상조가 가능해. ’


지광은 이런 생각에 수수료도 챙길 겸 점점 적극적으로 자료거래에 가담하기 시작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은 갑질하는 사장들의 강요 때문에 조금 억울한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그것을 악용한 지광의 책임도 분명히 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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