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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y 28. 2024

나만의 육라벨을 만들자 1부

나는 겨울이 되면 두렵다.


몸이 차서 겨울이 싫은 것도 있지만

역마살 낀 내가 추운 겨울에는

아이와 집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첫째 망아지의 성향 중 

내가 제일 힘들어했던 게 

무조건 누군가 옆에서 

같이 놀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기도

주방놀이도

인형놀이도

누구랑 꼭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잠깐만 이것만 하고 있어~~

엄마 빨래 좀 널게!!

하면 너는 그 잠깐의 시간조차 

허락해 주질 않고

연신 엄마를 부르는 통에

내가 둘째 낳고 가장 먼저 산 것은  

건조기였다.


그나마 밖에 나가면 눈요기 거리에

시간이 빨리 가곤 해서 힘들더라도 애기띠를 하고

1일 1 외출을 하곤 했는데

추운 겨울에는 외출도 불가하니

엄마 껌딱지인 첫째와 뭘 하고 놀아줘야 시간이

잘 갈까 하는 게

내 인생 최대 과제였다.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겨울이라고 몸 사리고 

마냥 축 쳐져 있을래?!

오늘 하루 이 몸 한번 불 살라 주겠다.

실컷 굴리고 일찍 재워보겠어!!

큰 마음먹은 첫째 세 돌쯤 어느 겨울날이었다.


오전에 물놀이, 물감놀이, 목욕놀이

3종 세트 미션 완료!!

점심 먹이고 아기띠 하고 설거지 해서 재움!!


낮잠 2시간 후

다시 오후 놀이시간 2부.

쌀놀이, 미역놀이, 인형놀이까지

3종세트 미션 완료!!


밤에 좀 일찍 잠들까 싶었는데

쌩쌩한 첫째.

첫째 위너!!

마미 루저!!

엄마가 먼저 기절해서 잠들 판이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그런 

멍청한 실험 따위는 하지 않는다.

<거실을 워터파크로 만드는 망아지의 위엄>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쉬엄쉬엄 육아를 할걸

중간중간 TV도 틀어주고 나도 좀 쉬고

울어도 엄마는 지금 힘이 들어서 

놀아줄 수가 없어하고

혼자 좀 놀아볼래~

울고 난리가 나든 말든

거절의 말도 하고 했었어야 했는데


유아시절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육아이론

또 아이에게 부정의 언어보다는 

긍정의 언어를 평상시에 써야 한다고 해서 

첫째의 요구에 이끌려 다 들어줬던 시간들.

무엇보다 내가 체력적으로 힘들면 적당히

보육 기관의 힘을 빌릴껄

육아서적을 다독하며 애착이론에 빠져

3년동안 주 양육자와 아이가

 끈끈한 애착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말에

내 체력이 바닥이 되어도 

그렇게 난 만 3년을 끼고 살았다.

(정확히는 42개월)

그게 정답인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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