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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y 02. 2024

어린이날 선물,레고레고 때문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2024. 04. 27. 일기장


요즘 내가 자주 신랑에게 하는 말


“죽여버릴까?”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약간의 살기를 MSG 쳐서 찰지게 쏴댄다!!


주말에 작은언니네 집들이 약속이 잡혀 있었다.

혹시나 해서 10일 전부터 신랑에게 미리 공표했고

당연히 가야지 확답을 받았는데

이 눔의 시끼가 그날 오전에 갑자기

어디를 좀 갔다 와야 한단다.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한 시간 거리에 레고 벼룩시장을 한다고

어린이날이고 아이들 선물 생각으로

갔다 온단다.


웃기고 자빠졌네.

요즘 레고에 빠져서 사재기하는 거 아는데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러 가는 거겠지?!


오후 1시에 작은언니네 도착하려면

늦어도 집에서 차로 12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아침 느지막하게 먹고 부른 배 뚜드리며

9시에 말하는 거는 뭐니?


옛날 같으면 절대 안 된다 했을 텐데

안된다 해도 재활용 쓰레기 버린다고 하고

몰래 도망칠 녀석이기에

곱게 보내주자 맘 잡고 최대한 상냥하게 물어봤다.


몇 시에 집에 올 건데?


지하철 왕복 2시간 계산해서
늦어도 집에 2시에 올게.
그때 출발하자!!


작은언니가 점심 먹지 말고 와서 먹으랬는데~~

2시에 와서 네 식구 차로 가면

아무리 빨라도 3시인데

이게 돌았나?!

아~~ 더 이상 대화가 하기 싫고

한창 음식 준비 중인 언니 생각에 미안해서

작은언니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면 포기할 줄 알았더니

바로 전화해서 허락을 받고 있는 낯짝 두꺼운 놈

< 초밥열차 원작 >

< 초밥 열차 made in LEGO >

< 연어초밥은 지하철을 타고 - 그냥 평범하게 먹음 안 되겠니?? >


결국 나도 반포기 상태로 2시까지

집으로 오라는 확답을 받고 보내줬다.


약속시간이 늦어진 만큼

빨래를 돌린 후 서점이랑 마트 좀 갔다 와야지 하고

아이 둘이랑 밖을 나왔다.


그때 작은 형부에게서 온 전화

작은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땀 뻘뻘 음식 만들었는데

늦게 온다는 말에 실망한 표정이다.

어떻게 빨리 올 수 없냐고

재차 확인차 전화를 건 것이다.


난 우리 세 자매 중 우리 식구만 늦고

다행히 부모님이랑 큰언니네는 제시간에 가니

죄책감이 덜했는데 작은 형부의 말을 들으니

계속 신경 쓰이고 더 미안해졌다.


신랑에게 2시 말고 더 빨리 올 수 없냐고 보내려고

스마트폰을 켰더니

친정 단체 톡방에 안 읽은 신랑의 카톡이 있었다.


형님!! 우리 지하철 타고 가도 되나요?
**역 내리면 픽업해주세요
큰형님 작은형님


아니 이 눔의 시키가 나에겐 지하철로

간다는 말 없었는데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고 북 치고 장구치고

카톡에 올리네.

카톡으로 물어보려다

누르는 속도에 속 터질 것 같아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웬 지하철? 우리 차로 가는 거 아니었어?"


"아!! 지금 벼룩시장 가는 길인데 지하철 노선도 검색하다 보니

서해선이 한 번에 가더라고~

둘째도 차 오래 타면 힘들어하고 기름값도 아끼고 지하철이 낫지"


"둘째가 편하게 아니라 자기가 편하겠다 싶어서 결정한 거겠지.

운전하기 싫어서.

그리고 미리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냐"


두 딸이 앞에 있는데 통화로 대판 싸울 수도 없고

 머리 뚜껑 열리기 전에 통화를 끊었다.

어차피 지하철로 갈 거 신랑을 버리기로 했다.

바로 결단을 내리고 둘째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부 저희 지금 지하철로 출발할게요"
"동서는?"
"버리고 갈게요. 기다리다가 열 나니
아이 둘 데리고 1시간 안쪽으로 갈게요"
"응!!"


아이 둘은 마트에 왔다가 갑자기 바로 간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

마침 마트가 지하철 역 앞이라

나는 그 길로 바로 갔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신랑 기다리느라

내 속이 문들어지기 전에

빠른 손절이 답이다.

한 손에 한 명씩 아이 손을 잡고

빛의 속도로 작은언니네 1시에 도착했다.

이미 차려진 집들이 밥상에 애들 배불리 먹고

내 머리도 한결 편안해졌다.

신랑 생각이 1도  안 났다.

오히려 집에 돌린 빨래 건조기에 넣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뿐이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큰언니네, 작은언니네, 엄마, 아빠 재촉에

신랑에게 전화하면 아직 출발 안 했단다.

결국 오후 4시 가까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 신랑.


 아오!! 열받아 내가 이럴줄 알았어.

만약 마냥 집에서 눈 시뻘겋게 아이들과 기다렸으면

오자마자 대판 싸웠겠지~~


"됐고!! 지금부터 잘 들어!!
세탁기 열어봐!!"
"응! 열었어."
"건조기에 넣어!!"
"응!"
"그리고 몇 번째 서랍에 애들 옷 뭐 뭐 챙겨서 가져와!"
"응"


군대식 통화에 친정 식구들은 웃음꽃을 터트리시고

결국 신랑은 그날 작은언니 집들이에

오후 6시에 왔다.

오후 1시 약속을 6시로 만드는 마술!!

취미는 사라지기

특기는 함흥차사인 신랑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러니 내가 이 말이 나와 안 나와

"죽여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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