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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y 30. 2024

오늘만을 기다렸다!! 14년 차 결혼기념일 선물은?

2024. 3. 28. 일기장(결혼기념일 14주년)


3월 28일은 결혼기념일이다.

2010년도 결혼해서

둘이 지지고 볶고

힘차게 달려왔구나 싶다.


친구들에게 나 오늘 14번째 결혼기념일이야~~

라고 말하니 바로 질문세례를 받았다.


선물 뭐 받았어?

응. 양주!!


뭐? 양주? 그게 뭐야~~~
그럼 넌 뭐 해 줬어?

응. 지갑!!

좋은 거 해 줬네!!
지갑은 비싸지 않아?

만원!!

만 원짜리 지갑이 있어?


생각해 보니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이렇게 시시하지 않았다.

1주년 때는 둘이서 홍콩 여행을 갔다 왔다.


그땐 무슨 깡이었는지 

결혼 1주년 여행을 설날 명절 날로 감행했다.

매년 명절날이면 시댁 본가에

스무 명이 넘는 친척 분들이 모이는데

머리 올린 지 1년도 안 된 서열 막내

새댁 며느리가 해외로 내뺐으니

다들 한 마디씩 했다.

 명절날 홍콩 갔다고!!!ㅎㅎㅎㅎ

(왜 하필 여행지가 홍콩이었을까?ㅋㅋㅋㅋ)


배불리 뒷담화를 먹었지만

갔다 와서 욕 얻어먹는 게 낫다.

몇 달 지나면 그 해프닝도 

친척들 사이에 잊혀질 것이며

어차피 아이 낳음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누구는 10주년 때

유명호텔에서 호캉스를 했다고 하고

해외로 여행 갔다 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 둘째가 태어난 지 5개월 차라 

그럴 정신도 돈도 없었다.

원래는 10주년 유럽여행 가려고 

6년짜리 적금도 들고 있었는데

코로나라 나가리 나고

 그 돈은 결국 차를 바꾸는데 몰빵 되었다.

그리고 그냥 어느 순간부터는

결혼기념일날 맛있는 것 외식으로 대체되었다.


올해는 결혼기념일날 신랑이 일이 많아서

저녁 외식도 힘들 것 같다 하여

평소 해보고 싶었던

눈썹 문신을 하고 왔다.

음.... 결혼기념일날 혼자 강남 가서

눈썹문신을 받고 온 여자는

나밖에 없지 않을까? ㅎㅎㅎㅎ

알아서 결혼기념일 선물을 챙기고(?)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한쪽 매대에서 만 원짜리 지갑코너를 보고

너덜너덜해진 기존의 푸파파 지갑이

생각나서 한 개 업어오고

아침 출근하기 전에 부랴부랴 

쪽지를 남겨서 주었다.

지갑보다 안에 소정의 현금을 보고

화색이 도는 푸파파.


감동이네. 쪽지는 지갑 속에 평생 간직할게.

제발~~~ 부탁인데,
주민등록증이랑 카드 좀 잘 챙겨서 다녀.

진심 좋아하면서 그 자리에서 헌 지갑에 있는

소지품을 새지갑에 바로 챙겨 넣는 푸파파.


그래놓고 출근길에 버젓이

지갑을 두고 가는 건 뭔데?


(다음에 한번 푸파파의 건망증에 대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대하소설 한 편 올리겠다. ㅠㅠ)


 좋아라 해놓고 지갑 놔두고 간 신랑을 

대역죄인 몰아 갈라고 눈 시뻘겋게 집에서 

신랑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데

결혼기념일 아직 안 지났지?

선물이라고 바로 쇼핑백을 이미는 통에 

화는 수그러지고

뭐지? 혹시 가방? 하고 열어보니

양주랑 토닉워터!!


뭐야? 이게?

퇴근시간은 늦었지 문 연 곳은 대형마트밖에 없지

막상 갔더니 자기가 좋아할 만한 게 이거 말곤 없더라.

나는 그날 바로 양주 한 병 깠다. ㅠㅠ




(에필로그)

주말 전 날 마감시간에 맞춰 롯데마트 갔더니 

미니치즈모둠에 대폭 할인 태그가 붙어 있어 

바로 구매.

다음 날 주말 아침 거실에서 TV삼매경인 푸파파에게 바로 자랑질.


나 어제 롯데마트에서 이거 샀다.

응!! 싸게 잘 샀네!!


내 손에 든 미니치즈모둠 보지도 않고 노룩대답


싸게 잘 샀다니~~ 
가격 말하지도 않았는데 뭐냐? ㅋㅋㅋㅋ
이게 얼마 같은데?


알아서 내가 싼 것 사는 짠순맘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나?

본인도 웃겨 죽음


음~~ 5900원?


대박!! 5980원에 샀다.

가격을 거진 맞추다니 

이것이 바로 14년 차 부부 궁합이 낳은 신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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