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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y 23. 2024

어버이날, 밥 잘 얻어먹는 못난 사위

2024. 05. 08. 일기장(어버이날)


어버이날 전 주말 미리 모여 

용돈도 드리고 감사의 말도 드렸지만

어버이날 당일 축하 겸 안부전화를 따로 드렸다.

예뻐하는 손주들 보여 드릴 겸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평일이라 신랑도 일하니
못 가보네요.

방금 막내사위 왔다 갔는데?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랑이 왔다 갔다고??”

오늘 회사 일찍 끝나서
집에 가는 길에 들렀다던데
너에게 친정 갔다 오겠다는 소리 미리 안 했니?
저녁도 같이 먹고 갔다!


뭐? 저녁을 사드린 게 아니고
엄마가 차린 저녁을 얻어먹고 왔다고?

아이고~~ 내가 먹는 김에
같이 차려 먹는 건데 어떠냐~~
방금 20분 전에 출발했다.
너희 집에 좀 있음 도착하겠네!!

 정확히 10분 뒤

의기양양하게 귀가한 푸파파.

미리 저장해 둔 나의 잔소리 따발총 발사!!


“장난하냐? 어버이날 밖에서 저녁 사드린 것도 아니고 

엄마 힘들게 저녁을 차리게 만들어?

그리고 빈 손으로 달랑달랑 갔다 오니?

카네이션 꽃이라도 사들고 가야지!!"


“아~~ 꽃 사들고 가려고 했지.

 근데 어머니가 꽃 사들고 오지 말라고 극구사양하셔서

어쩌다 보니 저녁만 먹고 왔네.. ㅎㅎㅎ“


나도 친정 갈 때 멋쩍어 작은 거라도 

뭐라도 사들고 가려고 하는데

어버이날까지 밥 잘 얻어먹고 오는 사위

그게 푸신랑이다.

대체 저 넉살의 끝은 어디인가?




독박육아에 독기가 서린 난

너도 한번 독박육아를 느껴봐라 하고

내 생일 소원권을 써서

푸파파에게 아이 둘을 맡기고

생일날 친구를 만나러 강남으로 떴다.


아이들 밥이나 잘 먹였을까나? 하고

푸신랑에게 전화를 했는데

친정엄마가 받으셨다.

"너희 신랑 점심 먹고 방에 들어가 자네.

그래서 엄마가 받았다."

"신랑이 엄마한테 또 애기 맡긴 거야?"

"아냐~~ 괜찮아. 오늘 주말인데 너희 아빠랑 단 둘이 심심했는데

막내사위에게 전화가 와서 아이들도 다 같이

여기저기 드라이브시켜 주고 좋았어

이제 집에 들어와서 점심 먹고 한잠 자네"

절대 독박으로 혼자 있을 놈이 아니다.

쭈마마의 K.O.




2차 복수전으로 

주말에 잠은 혼자 쳐 자면서

혼자 있는 건 또 극도로 싫어하는

푸파파만 집에 두고

아이 둘 데리고 친정에서 1박 2일 감행했다.

저녁때쯤 혼자 잘 있나 하고

"저녁 먹었어?" 하고 전화를 거니

큰 형부네란다. ㅠㅠ

"거긴 왜 있니?" 하니 심심해서

게임하러 큰 형부네 전화하고 방문했단다.

와~~~ 친정으로 피신하면

친정으로 못 쫓아오니 안심하다 생각했는데

큰 언니네는 생각 못했다.

쭈마마의 2 완패.


친정은 사위니 그렇다 치고

저렇게까지 형부네까지 편하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이건 뭐 비교로 치자면

남편과 아이들 두고

나 혼자 시누이집에 놀러 간 격 아닌가?

< 주말 나들이 날, 베이비시터를 자청한 푸파파와 친정아빠 >


우리 부부 신혼시절에는

평소 킹크랩, 랍스터 이런 거 생전 드셔본 적 없으시다는 

지나가듯 얘기한 친정 부모님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아낀 본인 용돈으로

새벽 일찍 노량진 수산물 시장에 가

회, 킹크랩, 랍스터를 저렴한 가격에 흥정해서

바다 한 상차림을 떼오질 않나


아이 둘 낳고는

역마살끼가 있으신 친정 부모님 생각하며

우리 가족 주말 나들이 갈 때마다 빨리 

엄마, 아빠한테 같이 가자고 전화해 보라고 한다.

아니 이미 전화를 걸고 있는 푸파파

그래서인지 이렇게 격의 없이 지내는 막내사위를

친정부모님은 사위 중 제일 편하다고 한다.



(에필로그)


어버이날, 밥 잘 얻어먹고 온 사위는 

다음 날도 일 끝나고 집에 늦게 귀가를 했다.

늦은 귀가임에도 현관문을 박력 넘치게 열어젖히더니 

큰소리를 친다.

여보! 나 오늘도 친정 갔다 왔어!!

오늘도 또? 왜?


누가 집 앞에 주차된 아버님 차를 박으셨대.
그거 해결해 주러 갔다 왔어.

핸드폰 바꿀 때, 인터넷 통신사 바꿀 때, 

차 보험 들 때, 차 사고 났을 때, 

젊은이들에게는 작은 일이지만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은 

좀 해결하기 힘든 일 같은 게 생기면

엄마나 아빠는 우리 세 딸보다 

먼저 막내사위에게 그렇게 전화를 하신다.

그래서 못났지만 미워할 수 없는

넉살 좋은 푸사위를

방하나 차지하고

코 골며 겨울잠 자도 그러려니

넓은 마음으로 품어 주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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