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평일이라 신랑도 일하니
못 가보네요.
방금 막내사위 왔다 갔는데?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랑이 왔다 갔다고??”
오늘 회사 일찍 끝나서
집에 가는 길에 들렀다던데
너에게 친정 갔다 오겠다는 소리 미리 안 했니?
저녁도 같이 먹고 갔다!
뭐? 저녁을 사드린 게 아니고
엄마가 차린 저녁을 얻어먹고 왔다고?
아이고~~ 내가 먹는 김에
같이 차려 먹는 건데 어떠냐~~
방금 20분 전에 출발했다.
너희 집에 좀 있음 도착하겠네!!
미리 저장해 둔 나의 잔소리 따발총 발사!!
나도 친정 갈 때 멋쩍어 작은 거라도
뭐라도 사들고 가려고 하는데
어버이날까지 밥 잘 얻어먹고 오는 사위
그게 푸신랑이다.
대체 저 넉살의 끝은 어디인가?
독박육아에 독기가 서린 난
너도 한번 독박육아를 느껴봐라 하고
내 생일 소원권을 써서
푸파파에게 아이 둘을 맡기고
생일날 친구를 만나러 강남으로 떴다.
아이들 밥이나 잘 먹였을까나? 하고
푸신랑에게 전화를 했는데
친정엄마가 받으셨다.
"너희 신랑 점심 먹고 방에 들어가 자네.
그래서 엄마가 받았다."
"신랑이 엄마한테 또 애기 맡긴 거야?"
"아냐~~ 괜찮아. 오늘 주말인데 너희 아빠랑 단 둘이 심심했는데
막내사위에게 전화가 와서 아이들도 다 같이
여기저기 드라이브시켜 주고 좋았어
이제 집에 들어와서 점심 먹고 한잠 자네"
절대 독박으로 혼자 있을 놈이 아니다.
쭈마마의 K.O.
2차 복수전으로
주말에 잠은 혼자 쳐 자면서
혼자 있는 건 또 극도로 싫어하는
푸파파만 집에 두고
아이 둘 데리고 친정에서 1박 2일 감행했다.
저녁때쯤 혼자 잘 있나 하고
"저녁 먹었어?" 하고 전화를 거니
큰 형부네란다. ㅠㅠ
"거긴 왜 있니?" 하니 심심해서
게임하러 큰 형부네 전화하고 방문했단다.
와~~~ 친정으로 피신하면
친정으로 못 쫓아오니 안심하다 생각했는데
큰 언니네는 생각 못했다.
쭈마마의 2 완패.
친정은 사위니 그렇다 치고
저렇게까지 형부네까지 편하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이건 뭐 비교로 치자면
남편과 아이들 두고
나 혼자 시누이집에 놀러 간 격 아닌가?
우리 부부 신혼시절에는
평소 킹크랩, 랍스터 이런 거 생전 드셔본 적 없으시다는
지나가듯 얘기한 친정 부모님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아낀 본인 용돈으로
새벽 일찍 노량진 수산물 시장에 가
회, 킹크랩, 랍스터를 저렴한 가격에 흥정해서
바다 한 상차림을 떼오질 않나
아이 둘 낳고는
역마살끼가 있으신 친정 부모님 생각하며
우리 가족 주말 나들이 갈 때마다 빨리
엄마, 아빠한테 같이 가자고 전화해 보라고 한다.
아니 이미 전화를 걸고 있는 푸파파
그래서인지 이렇게 격의 없이 지내는 막내사위를
친정부모님은 사위 중 제일 편하다고 한다.
어버이날, 밥 잘 얻어먹고 온 사위는
다음 날도 일 끝나고 집에 늦게 귀가를 했다.
늦은 귀가임에도 현관문을 박력 넘치게 열어젖히더니
큰소리를 친다.
여보! 나 오늘도 친정 갔다 왔어!!
오늘도 또? 왜?
누가 집 앞에 주차된 아버님 차를 박으셨대.
그거 해결해 주러 갔다 왔어.
핸드폰 바꿀 때, 인터넷 통신사 바꿀 때,
차 보험 들 때, 차 사고 났을 때,
젊은이들에게는 작은 일이지만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은
좀 해결하기 힘든 일 같은 게 생기면
엄마나 아빠는 우리 세 딸보다
먼저 막내사위에게 그렇게 전화를 하신다.
그래서 못났지만 미워할 수 없는
넉살 좋은 푸사위를
방하나 차지하고
코 골며 겨울잠 자도 그러려니
넓은 마음으로 품어 주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