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고 정확함에만 몰입하는 욕망
AI로 보는 마음
외전 1. 새로운 인공지능 앞에 흔들리는 마음
어제 저는
‘클로드가 더 마음에 든다’는 글을
GPT에게 평가받으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어떤 인공지능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어떤 인공지능인가?'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엇무엇이 최강.”
이라는 기사가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클로드에서 성능 이외의 이유로 끌리는 점이 있었고
이런 기사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빠른가, 정확한가, 더 똑똑한가.
우리는 이 질문에 너무 익숙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당연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편하고 좋은 인공지능을 쓰는게 중요하죠.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2년 가까이 챗GPT를 사용해 왔습니다.
강의를 준비하고, 책을 쓰고, 게임을 기획하고, 브런치 글을 다듬었습니다.
쌓인 대화창은 수백 개, 프로젝트는 수십 개가 넘습니다.
익숙합니다. 편합니다. 오래 함께한 조수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다른 인공지능을 써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습니다.
윤리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읽고 난 뒤였습니다.
어떤 기업은 군사적 협력에 거리를 두었고,
어떤 기업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여부나 자세한 맥락보다
그 선택의 방향이 제 세계관의 한 지점을 건드렸습니다.
저는 아시모프를 좋아합니다.
인공지능은 편리한 도구이기에,
그 도구에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자동차가 세상을 바꾸면서 속도 제한과 신호 체계가 생겼듯,
강력한 기술일수록 윤리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로봇 3원칙은 허구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바라는 어떤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들을 보면 이런 이야기는 쉽게 묻힙니다.
대신 성능 비교만이 전면에 나옵니다.
더 빠르다,
더 강하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윤리와 방향에 대한 질문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정말로 인공지능을 잘 쓰고 있기 때문일까요?
최근 자료를 보면 실제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본 사람은 늘고 있지만,
유료 모델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합니다.
기사 속 열광과 달리, 일상은 아직 그렇게 급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급해합니다.
“지금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지 모른다.”
“더 강한 모델을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지 모른다.”
속도에 대한 불안,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어쩌면 우리가 성능 기사에 몰입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요.
저 역시 고민합니다.
AI 출판물이 쏟아지는 시대에, 내가 쓰는 글은 무엇이 다를까.
인공지능과 함께 정리한 문장은 과연 내 문장일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질문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늘 이익만을 기준으로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환경 문제나 노동 문제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며 제품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익숙함을 버리고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서는 왜 오직 성능만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말했습니다.
“우주는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눈을 감고 생각하면 된다.”
빠르고 편한 인공지능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눈을 감고,
우리가 어떤 인공지능과 함께 살고 싶은지
그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더 빠른 존재일까요.
아니면 멈추어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일까요.
성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방향은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질문일 것입니다.
...라면서, 본래는 가벼운 체험으로 시작한 글이
이렇게 묘하게 바뀌는 것도 결국 제 마음입니다.
AI로 보는 마음 : 외전 1. 새로운 인공지능 앞에 흔들리는 마음
외전1-1. 새로운 인공지능에 끌리는 내 마음 — 익숙한 편리함의 이익과 새로운 긴장의 멋짐 사이의 유혹
외전1-2. P.S. 새로운 인공지능에 끌리는 내 마음 — 인공지능과 인간의 비평 사이의 갈등
외전1-3. 왜 우리는 인공지능의 성능에만 신경쓸까? — 빠르고 정확함에만 몰입하는 욕망
외전1-4. 왜 나는 어떤 인공지능에 눈길이 갔을까? — 지능보다 태도에 먼저 끌리는 흥미
외전1-5. 우리는 왜 인공지능 '자원'에 집착할까? — 인간조차 ‘자원’으로 보는 마음
외전1-6. 무한한 효율 추구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 윤리를 불편하게 여기는 마음
외전1-7.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한 윤리를 만들 수 있을까? — 우리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
[ 옆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한 인공지능 앞에서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Wall-E, Pixar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