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능보다 태도에 먼저 끌리는 마음
AI로 보는 마음
외전 1. 새로운 인공지능 앞에 흔들리는 마음
며칠 동안 '클로드가 더 마음에 든다'라는 이야기.
더 빠르거나 정확한 성능이 아니라, 클로드에 반영된 세계관,
"인공지능에는 윤리관이 필요하다"
라는 개발자들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이 '군사적 협력'에 거리를 두었고
다른 회사들은 이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였죠.
그렇게 윤리 문제로 클로드를 시작했지만, 사실 고민도 있었습니다.
'과연 이게 더 나을까? 성능이 떨어지면 어쩌지?'
시작한 계기는 윤리 문제, 일종의 불매 운동 시험이었지만,
정작 시작해서는 저 역시 성능에 집착한 것입니다.
뒤쳐지면 안된다는 불안, 이대로는 망한다는 공포.
수없이 쏟아지는 '이게 더 낫다' 기사에 저도 휩쓸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성능이 아닌 부분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다른 인공지능도 더 써봤습니다.
그런데,
기사와 달리, 성능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공지능은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 대신 더 강하게 느껴진 차이가 있었습니다.
태도였습니다.
어떤 인공지능은 질문을 받으면 가능한 한 빠르게 답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어떤 인공지능은 위험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고릅니다.
어떤 인공지능은 규칙을 강조하고, 어떤 인공지능은 가능한 한 자유롭게 답하려고 합니다.
또한 어떤 인공지능은 여러 대화창을 사실상 통합하여 분위기를 유지하고
또 다른 인공지능은 대화창마다 다른 분위기로 분리합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능 차이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실제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차이는 결국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기준을 두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을 가능한 자유로운 도구로 만들려고 합니다.
어떤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이 책임 있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는 종종 규칙이 들어갑니다.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규칙,
해를 끼칠 수 있는 요청을 거부하도록 하는 규칙,
윤리적인 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규칙들입니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만든 시스템입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창작물에 세계관이 반영되듯,
인공지능 역시 개발자가 무엇을 중시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반영됩니다.
제가 특정한 인공지능에 조금 더 끌렸던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저만의 경험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사에서 인공지능의 성능, 지능만 말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은 지능보다
그 인공지능이 지닌 방향성에 끌리곤 합니다.
챗GPT에서 ‘지브리풍 그림’이 유행했을 때,
사람들은 정확성이나 속도에 반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호감 가는 그림으로 나를 그려준다.”
라는 점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반감을 일으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일부 군대에서 지브리풍 그림을 이용해
자신들의 선전물을 만든 것입니다.
그림 자체는 여전히 호감이 가지만,
그 그림 뒤에 있는 세계관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림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 그림에 담긴 태도를 거부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많은 이는 사실 성능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정말로 관심 있는 것은, 그 인공지능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가.
무엇을 하려고 하고, 무엇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그리고,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가?
제가 클로드를 처음 쓴 그 날,
클로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갑자기 클로드로 접속했기 때문이었죠.
그 이유는 사실 저와 같았습니다.
클로드의 성능이 아니라, 클로드를 개발한 사람들에게 호감을 지닌 것이었죠.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 이야기를 넘어섭니다.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을 우리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현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바라는 세계관에 따라서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고 선택됩니다.
효율을 중시하는가, 자유를 중시하는가? 또는 윤리를 중시하는가?
이러한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다시 우리의 삶과 세계관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성능만이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그것을 만들고 있는가를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성능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성능을 기대하는 그 마음, 세계관은 과연 어떤 인공지능을 낳을까요?
AI로 보는 마음 : 외전 1. 새로운 인공지능 앞에 흔들리는 마음
외전1-1. 새로운 인공지능에 끌리는 내 마음 — 익숙한 편리함의 이익과 새로운 긴장의 멋짐 사이의 유혹
외전1-2. P.S. 새로운 인공지능에 끌리는 내 마음 — 인공지능과 인간의 비평 사이의 갈등
외전1-3. 왜 우리는 인공지능의 성능에만 신경쓸까? — 빠르고 정확함에만 몰입하는 욕망
외전1-4. 왜 나는 어떤 인공지능에 눈길이 갔을까? — 지능보다 태도에 먼저 끌리는 흥미
외전1-5. 우리는 왜 인공지능 '자원'에 집착할까? — 인간조차 ‘자원’으로 보는 마음
외전1-6. 무한한 효율 추구는 어디까지 진화할까? — 윤리를 불편하게 여기는 마음
외전1-7.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한 윤리를 만들 수 있을까? — 우리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
[ 지브리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림 뒤에 있는 세계관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마녀 배달부 Kiki's Delivery Service / Studio Ghib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