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삽을 놓고 뭐 찍을 게 없나 망원렌즈를 달고 두리번거리니 처제들이 안 보인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드디어 피사체를 포착했다. 멀리서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쓰고 포대에 뭘 담아서 짊어지고 걸어오는 두 자매의 모습이 포착됐다. 작업복을 입고 걸어오는 두 사람은 영락없는 넝마꾼들이다. 셔터를 눌러댔다. 대박이었다. 사진사들의 순간 포착에 희열을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거 같았다. 순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 떠올라 ‘알리바바와 도둑 자매들’이라고 명명했다. 포대에 담긴 건 금계화였다. 들어오는 길가에 금계화가 많이 피어있어 세 자매가 작당해서 캐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보니 친정에 있던 금계화들은 시들어갈 때 옥미원으로 시집온 금계화들은 예쁜 꽃을 피어 주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들은 계속해서 주변을 털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옆 집 농장에서 오디를 따오고 산딸기를 따오고 어느 날은 과일도 따오고 파도 캐오고 고추도 따오고 아주 신나게 털어오곤 했다. 물론 주인이 허락을 했지만 너무 많이 털어오긴 했다. 나중에 미안해서 사례를 하긴 했지만 맘씨 좋은 이웃을 만나 여간 다행이 아닌가! 그것도 복인 거 같았다. 둘째 처제는 워낙 솜씨가 빼어나 오디 잼을 만들어 주변의 지인들에게 많이 선물을 했다. 남편이 약국을 이전 개업했는데 관계되는 사람들에게 오디 잼으로 로비를 했다. 효과 만점이었다. 남편의 부족한 점을 아주 멋들어지게 보완해주었다. 인간관계는 그런 것이다. 값이 아니라 마음의 선물이 중요함을 가르쳐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쨈을 얻어먹은 이층 의사한테 부부가 식사 초대를 받아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큰일을 한 것인가! 옥미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처제가 하도 극성스럽게 일을 해대니 손목도 팔꿈치도 고장이 나서 애를 먹었는데 위층 의사한테 계속해서 공짜로 물리치료도 받았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인생은 그런 거 아니겠나! 정은 주고받는 거! 쌍방통행이어야 영원할 수 있다는 거! 마음을 내어주고 마음을 받아야 정이 흐르는 것임을!
막내 처제도 재미 들렸다. 틈만 나면 옆집 밭에 가서 이것저것 훔쳐온다. “도둑질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 하면서 즐거워했다. 나중에는 큰 처제와 함께 주변 고구마 밭에서 다 캐고 난 뒤 자투리 고구마들을 주워오기도 했다. 수확이 제법 쏠쏠했다. 그 자리에서 씻어서 찜통에 쪄서 말리고 집으로 가져와서 며칠을 말려 추억의 고구마 말랭이를 탄생시켰다. 막내 처제가 어렸을 때 먹었던 고구마 말랭이 추억으로 재생한 것이다. 참고로 막내는 50세의 소아청소년과 의사이다. 직장에서는 인술을 펴는 근엄하고 자상한 의사이지만 옥미원에 오면 ‘알리바바와 미녀 도둑들’이다. 우리들에게는 귀여운 막냇동생이다. 진료실에서 우는 아기들과 씨름하던 세월이 15년은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품성으로 직업에는 불만이 없는 듯 보였지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일탈이 그녀에게는 단비 같은 기분전환이었을 것이리라. 꽃을 사다 심고 아파트 주변 공사장에서
돌을 주워와 화단 주변을 두르는 일을 하고 꽃을 가꾸고 채소도 가꾸고 삽을 들고 땅을 파고 하는 일들을 어찌 상상이나 했으리오. 자연과 동화되어 가면서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를 조금씩 덜어낼 수 있었으리라. 막내 처제가 즐거워하는 게 너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