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우 Jan 22. 2024

대체 왜 입시 미술을 선택한 걸까

도대체 왜?

 입시 미술을 하면서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물론 지금은 대부분 떠나갔지만 이건 후의 이야기이니 다음에 서술하겠습니다.- 만나고 소중한 형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허나 다시 되돌아보면 그게 제 어두웠던 과거의 시작이었습니다.

 예전에 '나는 공황을 앓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처음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삭제되었습니다. 글을 쓸 때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매일매일 변하는 저니깐 지금은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그때를 후회하고 회상하며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미술학원을 등록한 때는 어느덧 고2 여름방학. 전교에서 국어 1등을 하고 어머니께 당당히 입시 미술을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게 합격된 때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수학을 못해서 입시 미술을 선택한 도피자였습니다. 만화 베르세르크를 보신 적 있으십니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했죠.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보통 착각하실 수도 있는게 '아 미술은 수학이란 복잡한 과목을 안해도 되니깐 조금이나마 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미술하는 사람에게 질문을 바꿔 보면 '아 수학이란 과목은 미술이란 x같은 걸 안해도 되니깐 낫지 않을까?'라고 던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학과 미술은 비슷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수학에 투자할 시간을 미술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보면 되고 미술이란 과목도 그만큼의 시간을 던져야 제대로 나올까 말까입니다. 미술은 도피자들에게는 절대로 안식처가 아닙니다. 재능이 있지 않는 이상. 그리고 공부도 멘탈 싸움이란 말이 있듯이 미술도 멘탈 싸움입니다. 멘탈을 부여잡고 엉덩이가 무거운 애가 이기는 게임이죠. 그런데 그당시 저는 그런 것도 모른 채 들어갔다가 이런 사실을 깨닫고 크게 멘탈이 무너집니다. 그게 불행의 첫번째 찌였습니다.

 고2 생활 동안은 그림을 배우면서 늘어나는 저를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관심사가 통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정말 행복했죠. 그렇지만 고3. 모두가 열불을 내던 시절. 입시 학원은 더 열불을 태웠습니다. 어느 학원이든 안 그렇겠다많은 일단 학생의 성적과 결과물이 그 학원의 프라이드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애들을 대학에 보낼려고 별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다했습니다. 물론 폭력같은 건 없었지만 갈굼같은 건 있었죠. 그런데 선생님들이 바라는 갈굼의 효과는 '아 애가 이걸 받고 자극 되어서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안하면 좋겠다.' 일텐데 저는 '나는 이정도도 못하는 병신이구나'라는 생각에 꼬박 밤을 지새면서 우울한 노래만 들으면서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그러니 더 나아지는 것도 없었죠. 그림도, 공부도 다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학원에서는 늘 최하위권을 기었고요. 제가 자초한 불행이어서 이건 선생님들 탓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참 끔찍히도 지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는 여자친구를 고3 생활동안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헤어졌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연애할 때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문자 이별 하나로 그게 다 박살이 났습니다. 그것도 모의고사 전날 문자이별. 저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졌고 그때 처음으로 국어 4등급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는 1등급도 갇다 오던 사람이 국어 4등급을 받자 또 정신이 무너졌고 그때 처음으로 공황이 찾아왔습니다.


이전 01화 행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