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 41화] 기다림 끝에 다가온 "참여"

by U찬스


집에 돌아온 찬희는 출판사에서 보낸 책이 담긴 박스를 열었다.

한 권씩 책을 꺼낸 그녀는 책의 첫 장을 폈다. 그리고는 책이 나오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석훈을 떠올리며 손 편지를 적었다.

'선배 덕분에 책이 나왔어요. 항상 내 일처럼 마음 써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시는 사업도 늘 번창하시길 바랄게요. 윤찬희.'


석훈에게 보낼 책에 감사의 편지를 마무리한 그녀는, 생각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한 권씩 글을 적어 나갔다.

찬희는 자신이 책을 발간하기까지는 분명 혼자 만의 노력은 아니라 생각했다.

자포자기 상태로 입원해 있던 자신에게 제일 먼저 책을 건네준 수현, 그리고 뒤이어 찾아와 준 지윤, 보람, 려화, 그리고 은영까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을 거라 여겼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글을 남긴 찬희는 책들을 택배 봉투에 담아 다시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우체국으로 발길을 돌려, 봉투에 각각 담긴 책들을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자신이 그동안 글을 썼다는 것을, 책까지 발간했다는 것을 모른 체, 책을 받고 깜짝 놀랄 사람들을 생각하니 찬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택배 접수를 완료한 찬희는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자주 들어가던 동네 맘카페에 접속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맘카페에서 누군가가 나눔을 해 주던 것이 기억이 난 찬희는,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받은 호의를 자신 또한 베풀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녀는 글을 적어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서후 엄마입니다.
제가 이번에 소설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책 좋아하시는 분들 중 '참여'라고 댓글 달아주신 선착순 3분께는 제가 직접 댁까지 찾아가서 책을 나눔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재중이신 분들께는 대문에 걸어놔 드릴게요.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첨되신 선착순 3분께는 쪽지 드리겠습니다."


찬희는 글을 올린 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새로고침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댓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너무 성급한 건가?'

고개를 잠시 갸웃한 찬희는 다시 한번 화면을 새로고침했다.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는 댓글창을 보며 찬희는 생각했다.

'관심 없는 사람들한테 괜한 글 올렸나 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어느덧 기대감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누구든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져줄 사람을 상상하며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때 알림 소리가 들렸다.
찬희는 깜짝 놀라며 화면을 보았다.

"참여"

댓글을 본 찬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야, 진짜 신청을 했네!"

그녀는 긴장된 손가락으로 다시 새로고침을 눌렀다.

댓글창에는 "참여", "신청합니다", "저도 받고 싶어요"라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찬희는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저들이 책을 보게 될 첫 독자라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도 밀려왔다.

'이제 내가 쓴 책이 누군가의 눈으로 읽히겠구나. 그들은 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지만 책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라 여긴 찬희는 걱정 따위는 던져 버리고 당첨자에게 쪽지를 남겼다.

"당첨 축하드립니다. 혹시 언제 어디로 책을 배달해 드리면 될까요?"

지금 갖다 줘도 된다고 답장을 주는 사람에게 찬희는 바로 답변을 남겼다.


"네, 그럼 지금 바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찬희는 박스에 담긴 책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책에 자신의 사인을 남기고는 작은 메모지도 함께 책에 넣었다. 메모지에는 이렇게 적었다.

"제 책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책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채팅을 하고 있던 찬희를 보며, 방에서 나온 엄마가 그녀에게 물었다.

"책 나왔는데, 벌써 다른 글 쓰고 있는 거야?"

"아니, 엄마. 그냥 사람들한테 책 좀 나눠 줄까 해서."

"그래, 잘 생각했다. 좋은 건 나눌수록 더 크게 돌아오는 법이지."

집에 책이 도착한 순간부터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녀서 기운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찬희는 첫 독자의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대문의 벨을 눌렀다.


집 안에서 나온 아이 엄마는 찬희의 절둑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소리쳤다.

"어머나,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줄 알았다면 제가 직접 가지러 갔을 텐데요. 죄송해서 어떡해요."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모쪼록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찬희에게 아이 엄마가 말했다.

"아, 그래도 작가님이 직접 와주신 건데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도 괜찮을까요?"

찬희는 아무런 치장 없이 온 자신이 순간 부끄러워졌지만, 첫 번째 독자에게 남기는 팬서비스라 생각하고 순순히 촬영에 임했다. 웃고자 애썼던 입꼬리는 파르르 떨렸다.

휴대폰으로 두 사람의 셀카를 찍은 아이 엄마는 찬희에게 웃으며 말했다.


"카페에 책 받았다는 글이랑 사진도 함께 올려도 되겠죠? 책 재밌으면 간단하게 서평도 남겨 놓을게요."

생각지도 못했던 사진 촬영과 환대를 받으며 찬희는 기분 좋게 나머지 2명에게도 책 배달을 마쳤다.

3일 뒤 맘카페에는 어색하게 찍힌 자신의 사진과 함께 기대도 하지 않았던 훌륭한 서평글이 올라왔다.

찬희는 글을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하찮은 자신의 글에 극찬을 해 준 아이의 엄마 덕분에, 그리고 글에 달린 격려의 댓글들 덕분에 찬희는 눈물샘이 터질 것만 같았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누를 길이 없었다.

그로부터 3일 뒤에도 두 편의 서평글이 올라왔고, 글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오랜만에 서점 가서 서후 엄마님의 책을 사봐야겠는데요~"

"서후 엄마님의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 정말 감동적일 것 같아요. 저도 서점 갑니다!!!"


keyword
월, 수, 토 연재
이전 11화[소설 40화] 서점에서 마주한 나의 이야기